정진영-이명박 캠프의 치명적 유혹들


동문기고 정진영-이명박 캠프의 치명적 유혹들

작성일 2007-08-27

[시론] 이명박 캠프의 치명적 유혹들

- 정진영 /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
 
온국민의 큰 관심을 끌며 진행된 한나라당 경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경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한나라당과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받아들인 박근혜 후보의 아름다운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
 
이 글은 으레 승자인 이명박 후보에 대한 축하의 말로 시작해야겠지만 그것은 네 달 이후로 미루기로 하자. 이 후보는 아직 축하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 한나라당의 후보로서 정권교체를 강력히 바라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열망을 실현하고, 경제회생과 사회통합에 대한 비전으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에 비로소 진정한 축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길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후보와 그를 받쳐주고 있는 캠프가 빠지기 쉬운 치명적 유혹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캠프 중심론이다. 선거는 당이 아니라 캠프가 중심이 되어 치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후보와 그의 캠프는 대선승리라는 목표에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만 어떻게 선거를 치를 것인지에 대해선 이해가 엇갈린다. 이 후보의 입장에서는 당선을 위해 가급적 많은 세력을 끌어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싶겠지만 캠프 인사들, 특히 주요 측근들의 입장에서는 그럴수록 자신들의 공이 줄어들고 지위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내년 총선의 공천이나 신정부의 주요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일수록 이러한 위협감을 더욱 크게 느낄 것이고 그만큼 배타적이 될 것이다. 당내 분란이 일어나고 여론 주도층의 이반이 일어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이다. 이러한 사태는 범여권에 활력소가 될 것이다.

둘째, 한나라당 집토끼론이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들은 정통 보수세력으로 한나라당 골수 지지자들이기 때문에 어차피 이 후보를 지지하게 돼 있다는 생각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JP(김종필)와 DJ(김대중)가 연합하고 정몽준과 노무현이 연합하던 것을 기억해보라.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 지지자들의 절반이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상 기표소에 가면 당을 중심으로 투표할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범여권 후보로 DJ나 노 대통령과 뚜렷이 차별되는 후보가 등장하면 상황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여기에 캠프 중심론으로 당내분마저 겹치면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놓쳐버릴 수 있다. 대선은 범여권의 희망대로 50대50의 시소게임이 될 것이다.

셋째, 이명박 대세론이다. 이 후보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고, 한나라당 지지도도 50%를 넘고 있다. 범여권은 지리멸렬한 가운데 소생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올 대선의 이른바 시대정신도 경제와 리더십이라는 이 후보의 이미지와 일치한다. 부자 몸조심하면서 현 위치를 지키기만 하면 이길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누구나 잘 안다. 이 후보 캠프는 경선결과가 왜 7%P 이상이 아니라 1.5%P라는 아슬아슬한 승부였는지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대세론은 필패로 통한다.

이명박 후보는 매우 험난한 싸움의 출발선상에 섰다. 위의 세 가지 유혹 중 어느 하나에만 빠져들어도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캠프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후보로서 지지세력을 잃지 않고 확장하면서, 비전과 정책으로 끊임없이 국민에게 다가갈 때, 이 후보는 4개월 후에 큰 축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 2007-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