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찬규- 탈레반, 그들은…
[시론―김찬규] 탈레반, 그들은…
- 김찬규 (대학원 박사과정) / 경희대 교수
지난 7월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된 지 23일이 되었건만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두 명의 인질이 살해되고 조속히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차례로 살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납치범들의 협박이 있어 가슴 조이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우리는 8월9일에서 11일까지 카불에서 열리는 파슈툰족 원로 총회 로야 지르가(Loya- Jirga)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 총회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산재해 있는 아프간 최대 부족 파슈툰족 지도자들의 모임이다. 탈레반 조직원의 대부분이 파슈툰족이기에 이 총회에서 한국인 인질의 조기 석방이 결정되면 그것은 탈레반에게 큰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신은 이 총회가 반쪽으로 끝날 가능성을 전하고 있다. 탈레반측이 이 총회에 대표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데다가 이것이 빌미가 돼 유력한 부족 원로들마저 불참을 통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파키스탄 대통령 무샤라프도 불참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이 회의에서 인질 문제가 거론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설사 거론되어 석방에 대한 권고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탈레반의 수용 여부는 의문시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밝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가슴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우리 내부에 보조의 불일치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피랍자 가족들의 간곡한 만류와 비난 여론으로 불발로 끝났지만 석방되지 않는 게 미국 탓이라면서 촛불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국회의원 대표 4인은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간 일도 있다. 더욱 난감한 것은 납치 살해법인 탈레반을 일제시대때 독립운동하던 상하이 임시정부와 동일시하는 황당한 발언까지 나왔다는 사실이다.
미국도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어야 하며 우리가 이를 요청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납치 및 감금상태의 계속이 미국 책임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양국 간의 외교관계에 중대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착각이다. 한국인 23명을 납치해 그 중 두 명을 처참히 살해하고 자기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은 탈레반임을 알아야 한다.
탈레반은 '코란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란 뜻을 가졌으며 아프간 국경지대의 파키스탄 이슬람학교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들의 신앙은 과격하다 할 정도를 넘어 이슬람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아프간의 주인이 된 기간은 1996년에서 2001년까지인데 이 기간 그들이 보여준 행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들 치하에서 아프간 남자들은 반드시 턱수염을 길러야 했고, 8세 이상의 여자들은 얼굴까지 가리는 부르카를 입어야 했다. TV방송, 스포츠 및 각종 공연, 사진촬영, 그 밖의 행락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었고 종교경찰에 적발된 위반자는 공개 처형되기까지 했다. 그들의 광기는 2001년 3월에 있었던 바미안 석불 폭파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프간 대부분 지역을 지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그들에 대해 정부 승인을 해준 나라가 없었다.
우리의 상대는 이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교섭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 내부에 일치된 보조가 있을 것, 그리고 교섭이 지연되더라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본다. 이것 없이는 자중지란이 있을 뿐이다.
[[국민일보 200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