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신용철-“역사를 속이면 역사에 속는다”
[독자 칼럼] “역사를 속이면 역사에 속는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유감’ 논평 발표한 뻔뻔한 일본 정부
온 세계에 ‘부끄러운 범죄’ 광고한 셈
- 신용철(사학60/12회) / 경희대 명예교수·중국사 -
지난달 30일 미국 하원이 2차 대전 중 일본군의 ‘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국제사회에 아직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쾌거다. 혼다 의원을 비롯한 양심적인 세력과 한인 동포들의 노력에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사실 일본은 그 동안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대사가 미국 하원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과 일본 양국 간의 우호관계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었고, 일본의 대학 교수와 정치인 등 지도급 인사들이 워싱턴 포스트에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파렴치한 광고까지 냈었다. 그 치욕적인 전쟁범죄의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 한국인은 물론 동아시아의 피해 국가들은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계속되는 일본의 과거 부정과 역사를 지워버리려는 데 대해 분노하고 항의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태도는 아직까지 변함이 없음은 물론 더욱 더 공개적이고 공격적으로 그들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뼈 아픈 피지배 사실’들을 너무 중립적으로 ‘독립기념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중국은 전쟁 중 30만명의 양민을 학살한 일본군의 만행을 잊지 않기 위해 ‘남경대도살기념관(南京大屠殺記念館)’이란 아주 직접적이고 도전적인 강렬한 표현을 쓰고 있다. 같은 시기, 전쟁으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독일은 그 잘못을 인정하며 범죄 현장을 박물관으로 그대로 보존하고, 교과서 속에서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음을 볼 때 우리는 지극히 미온적이다.
개인은 물론 어느 국가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인정하며 뉘우치고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다. 피해자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명백한 역사적 범죄를 아니라고 계속 우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자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역사를 속이는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결의안 저지에 실패한 일본 정부는 오히려 ‘유감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일본의 지도자와 지식인들이 미국에서 벌인 신문 광고나 주미 일본대사의 경고 서한 같은 행동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 아닐 수 없다. 결의안 통과가 왜, 어떻게 ‘유감스럽다’ 는 것인가? 그런 행동이야말로 일본의 범죄와 부끄러움을 오히려 전 세계에 스스로 널리 광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은 깨달아야 한다. 일본의 지도자와 지식인들이 불과 반세기 전 생생한 과거를 부인하여 역사를 속이려 한다면 그들의 후손들이 바로 그 역사에 속는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매우 중요한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200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