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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서커스와 예술
서커스와 예술
- 김동언 /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
서커스가 달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예술장르로 성장하고 있다. 무한한 상상력과 흥미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새로운 공연예술 장르로 발전할 것이다. 주저 없이 확신에 차서 이야기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서커스라는 종합공연예술은 이미 여러 과정을 거쳐 확실하게 검증을 받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 공연예술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상품 중의 하나로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를 꼽을 수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900여 명의 예술가를 비롯해 3천여 명의 직원 수,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성과를 자랑한다. 관람객도 4천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태양의 서커스에 대해 “21세기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했다”는 평과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볼거리 중 하나”라는 찬사가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부터 이들의 작품 ‘퀴담’이 장기 공연을 하며 명성을 입증한 바 있다.
태양의 서커스와 쌍벽을 이루는 캐나다 서커스단 ‘서크 엘루아즈’가 개척한 아트 서커스는 전통적으로 서커스의 대명사격이던 동물들의 곡예를 배제하고 예술성을 가미한 현대 서커스로 기계 체조, 곡예, 무용, 음악, 마술, 시나리오 등을 종합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장르다.
프랑스 역시 ‘징가로 극단’을 통해 서커스의 예술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 극단은 다른 서커스와 달리 말(馬)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 이루어진다. 물론 강도 높은 훈련의 결과겠지만 말과 사람이 모두 배우가 되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내는데, 이미 단순한 곡예를 넘어선 예술적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보여준다.
관객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숨소리마저 죽여 가며 사람과 말이 엮어가는 환상과 원시 세계로의 몰입을 체험하게 된다. 이 극단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에클립스’(L"eclipse, 일식 또는 월식)는 1997년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에서 우리 판소리와 한국 전통 악기를 배경 음악과 반주로 사용하면서 서커스와 연극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바 있다.
작년 이탈리아의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도 우리는 서커스의 미래지향적인 예술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선보인 공중곡예가 그것이다. 개막선언이 끝나고 수십 명의 ‘아이스맨’들이 빙벽을 올라 선보인 공중 곡예나 폐막식 때의 곡예공연을 보면서 우리는 서커스가 이미 어린 날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단순한 동네 공연 수준을 벗어나 현대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서리라는 당당한 선언으로 느껴졌다.
북한의 ‘금강산교예단’ 역시 인간의 육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체력 교예로 유명하다. 북한은 금강산교예단의 공연 종목들이 단순한 서커스가 아닌 미술, 음악, 연극, 체조 등이 어우러진 새로운 장르의 종합예술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단원들 중 많은 수는 예술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인민배우, 공훈배우들로 예우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커스는 대중이 사랑해 온 자신들의 공연에 다양한 예술의 옷을 탄탄하게 덧입히며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장르 개발을 위한 국가적인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 공연예술계의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단초를 이들 서커스단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중부일보 2007-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