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의 목요칼럼- 아프간 피랍자 무사귀환


동문기고 안호원의 목요칼럼- 아프간 피랍자 무사귀환

작성일 2007-07-27
안호원의 목요칼럼>
아프간 피랍 한국인의 무사 귀환을 빌며 
안호원 news@pharmstoday.com 

 
아프간 군이 한국인 인질이 있는 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8명의 인질 석방설과 1명의 인질이 살해됐다는 미 확인보도가 나오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더구나 탈레반이 제시한 시한이 5차를 넘기면서까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인질을 모두 살해하겠다는 위협을 계속 가하고 있어 가족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애태우고 있다.

2004년 6월 이라크의 무장 단체인 알타우히드 알지 하드에 납치되어 피살된 김선일 씨 사건이 아직 우리 기억에서 채 가시기전 또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기만 하다.

그때는 온 국민이 걱정하며 진심으로 무사 귀환을 바랬고 또 정부도 그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그때도 그들이 요구하는 한국군 이라크 파병 철회 문제에 대해 한국이 단호한 입장을 보이자 김씨를 무참히 잔인하게 살해를 했다.

그리고 정확히 3년 후 김씨의 아픈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 한국인 청년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 자원봉사를 갔다 탈레반에 납치 됐다.

이미 엎질러진 접시물이 되어 버렸지만 이상하리 만치 우리 사회의 반응이 3년 전 김씨 때와는 달리 겨울 얼음처럼 차갑고 싸늘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또 이들의 납치 사실이 보도가 된 이후 인터넷 등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는 납치된 교인이 출국 전 아프간 여행을 경고하는 안내문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이들이 국군이 파병되어 있는 분쟁국의 위험지역에 사전 준비도 없이 들어가 철군 협상의 불모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더구나 아프가니스탄 군경이 한국인 구출 작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미확인 보도가 나오자 ‘인질목숨은 상관 말고 작전에 임하라’고 까지 할 정도다.

정이 많은 우리 민족의 감정이 왜 이리 달라진 것일까를 꼼꼼히 생각해보았다. 어쩜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종교색이 너무 강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많은 국민들의 눈에는 극성맞은 ‘예수쟁이’들이 남의 종교를 무시하고 ‘독선적인 포교’ ‘막무가내식 선교’로 비춰진 것에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가득 찼던 것 같다. 거기다 반미(反美) 감정이 들어가면서 비난이 동정을 앞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들을 이제 와서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봉사(선교)단의 행동은 누가 뭐래도 신중치 못했고 무모한 짓을 했다고 본다. 아프간이 ‘여행 금지’된 위험지역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

더구나 이번에 이들을 초청한 한민족복지재단의 이사장이 샘물교회 담임목사인데 정말 몰랐단 말인가?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분쟁국에 근무하는 동의·다산부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힘들게 줄타기식 외교를 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무척이나 당혹하게 하고 힘들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간혹 대형교회 팜플렛을 보면 종종 해외선교사 파송이란 문구가 눈에 띄기도 하는데 이를 읽는 사람에 따라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반감을 갖고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현재 한국 개신교의 해외선교사 파송 규모는 세계 2위라고 한다. 지난 해 기준으로 173개국에 1만6616명의 선교사가 파송된 것으로 집계되어있다.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선교 및 봉사 활동이 ‘실적주의’ ‘허세주의’로 흐르고 있고 또 전 세계에 선교사와 봉사단을 파견하는 ‘수(數)’를 마치 교회의 훈장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제는 배타적. 우월적 시각에서 탈피 상대 문화를 이해하고 배려 할 줄 아는 기독교 선교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몽실 언니’의 저자이기도 한 권정생 씨는 생전에 한국교회의 폐단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일부 교회의 해외 전도를 상당히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나 역시 기독교인을 자처 하지만 요즘 한국교회가 내 나라 안의 문제는 소외시한 채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로 선교사를 파송하여 선교사업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허영'에 불과한 것 같다.

지금 이 나라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고통 받는 빈민들도 많고 또 어렵게 목회를 하는 개척교회목사들도 무지기 수로 많다. 내 좁은 소견이지만 재정적 능력이 있다면 차라리 내 옆에 있는 어려운 교역자들을 먼저 돕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전 북한군 장교 출신의 선교사를 처형하려고 것과 관련, 외국 기독교 단체 및 인권단체에서 유엔에 청원을 하면서 사형을 취소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 문제를 들고 나오는 기독단체나 언론이 없다는 게 속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지역이라고 통제하는 분쟁국까지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건 분명 잘못된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그들 단원들에 앞서 그들을 그런 곳으로 보내고 이를 신앙적으로 부추기는 일부 단체가 더 큰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제는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한 영웅심리를 버리고 아까운 젊은이들을 기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나라 안에 있는 작은 교회, 힘들고 어려운 교회부터 먼저 섬기자. 때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도 위험지역에서의 선교 활동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부 기독교계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물론 그들은 선교와 봉사가 신도로서 ‘양보 할 수 없는 덕목’ 이라고 변명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한 국가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갖추고 지켜야 할 의무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해 2000명의 봉사·선교단이 아프간을 찾았지만 이들이 남긴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만만치 않다고 하는 한국 NGO 모 과장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봉사단원들의 신변 안전이 최우선이고 또 그들의 무사 귀환을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