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광구-공무원, 인재가 더 몰려야 한다
[기고] 공무원, 인재가 더 몰려야 한다
- 김광구 (행정 85/ 37회) / 경희대 교수·행정학 -
21세기 사회에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기제를 꼽으라면 시장과 정부일 것이다. 시장과 정부라는 두 기제가 독립적 영역에서 상호 대립적인 역할을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시장과 정부는 더 이상 독립적이지도 대립적이지 않으며, 또 그렇지 않아야 한다.
정부라는 기제는 시장의 규제자인 동시에 촉진자이다. 시장은 정부가 결정하는 많은 공공서비스를 생산하여 공급한다. 정부는 시장이 공정한 규칙 하에서 경쟁하며 합리적인 생산 및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높은 위험 때문에 시장이 투자하지 않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정부가 개발하여 시장에 이전해 주기도 한다.
정부는 이렇게 시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으면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 과정을 통하여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조선시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우리는 정치가 분열되고 행정이 부패하여 나라가 망하는 역사를 경험했다. 1960년 이후 권위적인 행정체제 아래서 국가발전이라는 목표를 갖고 우수한 관료들을 활용하여 산업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관료의 희생과 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풍요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군부독재를 종식하고 민간정부를 이루어낸 뒤 우리는 또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고 행정은 불신과 무능의 대명사로 치부되고 있다.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불신과 무능이라는 지탄을 받으면서도 국가를 이끌어 오고 있는 것은 그래도 공무원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국제화·개방화 시대에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과거처럼 국민과 국익 보호에 무한책임을 다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새로운 시각을 갖춘 공무원이 더욱 세련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국민과 국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일 어업협정에서 보여준 관료들의 무능이 우리나라 어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는가?
공공부문에서도 최고의 인재들이 대접 받고 정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 부문의 생산성만큼이나 공공부문의 생산성과 경쟁력도 중요하다. 무능한 공무원들 때문에 국민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정부는 최고의 고용주이다. 최고의 정책을 생산하여 더 효율적으로 공공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서 유능하고 혁신적인 인재를 공공부문으로 적극 유인해야 한다.
최근 공무원 시험에 응시자들이 몰리는 것을 두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공공부문이 우수한 인재들을 독점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인재들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여 사회의 건강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공무원 시험에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은 공공부문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다른 데서 얻는 것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상이나 다른 유인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인재들이 공공부문으로만 몰린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경쟁원리를 망각한 행태다. 국민 혈세가 무능하고 부패한 공무원에게 낭비되는 모습을 용납할 수 없다.
[[경향신문 2007-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