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의 목요칼럼>
평화를 만드는 사람, Peace-Maker
안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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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첫 인사가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60~ 70년대에는 주로 인사가 “진지 잡수셨습니까?” 가 인사였다.
그만큼 당시에는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굶어 죽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배고픔과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게 되다보니 이런 인사를 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지금의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도 외세의 침입을 많이 당한 우리민족으로서 밤 새 별일이 없었는지 안부를 묻는데서 비롯된 것 같다.
이처럼 인사말은 어느 민족이든 간에 당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이 당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하는 인사말을 가진 민족이 우리나라 말고도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이스라엘 민족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스라엘 민족은 변형된 우리의 인사말과는 달리 아주 오래 전 예수님 당시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샬롬’ 이라는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이 ‘샬롬’의 어원은 “당신에게 평안이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있는데 이스라엘의 경우도 우리 민족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는 등 수백년 노예생활을 하면서 비참한 삶을 살아온 민족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평화는 민족의 한(恨)이자 바램이었다.
중세 어느 수도원에 낯선 사람 하나가 기웃거리며 문을 노크했다. 수도사가 나와 문을 열면서 “누구를 찾아 오셨느냐?” 라고 묻자 낯선 나그네는 “저는 평화를 찾아 왔습니다.” 라고 대답했는데 그 낯선 나그네가 바로 ‘신곡’의 작가 ‘단테’다.
평화는 단테 한 사람만의 열망이 아니다 어느 민족이든 간에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통적으로 자리 잡은 염원이기도 하다. 알래스카의 에스키모인들은 ‘평화’ 란 ‘원수를 친구로 삼는 것” 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부부간에도 평화시에는 ‘님’이 되지만 평화가 깨지고 불화 시에는 ‘남’이 되어버리게 된다. 우리가 인간관계를 깨트리는 것을 ‘오해’라고 가정한다면 그 깨어진 관계를 이어주는 것은 ‘이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해 때문에 분쟁이 생기고 이해하는 속에서 평화를 만든다.
그러나 상대를 이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오해를 할 때는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커다란 우(愚)를 범하게 된다.
며칠 전 우연히 방송에서 어느 젊은 부인이 출연해 남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청취하게 됐다. 40대 중반의 가장을 남편으로 둔 젊은 여인은 남편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귀가하는 것이 아예 일상으로 되다보니 부인은 물론 어린 자녀들까지도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내의 입장에서 하루 종일 기다린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피곤하다며 잠이 들어버려 대화의 시간도 갖지 못한다고 불만을 털어 놓는다.
그러나 남편의 경우 이 모든 것들이 다 아내와 자식들의 보다나은 미래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내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려는 기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무시한다는 것이다.
아내로서는 그것이 바로 불만이라고 하기까지 했다. 남편 덕에 좋은 아파트에서 살고 좋은 차도 타고 다니며 또 옷도 유명브랜드로 자산을 치장하지만 남편의 무관심으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그 같은 남편이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에 남자 주인공처럼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필자가 보는 견해에서 아내라는 분도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남편이라는 분이 무엇인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진정 그 분의 말대로 ‘가족의 미래와 행복추구’를 바란다면 그 가족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가족이 원하는 것을 먼저 해주는 것이 옳다.
아내로서는 남편과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고 놀아주는 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유효기간이 있다. 아무리 진귀한 보약, 고가의 식품, 특효약품, 고량진미 진수성찬이라 할지라도 유효기간 내에 있을 때 값지고 소중한 것이지 유효기간이 지나면 본래 기능을 상실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가치 마저 떨어지게 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다. ‘젊음의 힘’ 이라는 것이 그렇다. 우리 인생의 삶도 나뭇잎 새 같아 1분 후를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유효기간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방송을 청취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인간은 절대로 빵만 먹으면서 살 수 없다는 사실’ 이다. 일에 열중하고 몸치장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남편과 아내와 아이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보석이며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 서로를 이해해주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돈만 많이 벌어다 주면 그만이라 하면서도 아내 생일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남편, 남편의 처진 어깨를 주물러주며 위로의 말로 자존심을 세워주지 못하고 늘 불평만 하는 어리석은 부인.
그런 남편과 아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서로가 자기의 욕심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생길 때 비로소 그 가정에 사랑과 평화가 깃들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이 시간부터라도 아무리 바쁜 업무가 있다 해도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남겨두고 자신이 편하게 의탁할 가정으로 일찍 귀가하는 남편이 되자.
또 그런 남편을 반가이 맞이하며 맛있는 음식을 마련하고 가정의 따뜻함을 전하는 슬기로운 아내가 되어보자. 그래서 우리 모두가 ‘평화를 만드는 사람’ 이 되자.
평화는 먼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서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가 ‘행복하시죠!’ 라는 인사를 나누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싶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 최고의 보물은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며 그 가족 안에서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