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의 목요칼럼>
미래를 보는 眼目
안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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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 중 하나는 사람에게는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분별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과는 달리 문명과 문화를 창조하면서 모든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며 군림해왔다.
그러나 그 같은 문명과 문화가 늘 창조적이며 우리에게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잘못된 시각에서 잘못된 판단의 결과로 때로는 사회에 해독을 끼치고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운명까지도 바꾸어 놓는다. 심지어는 하등 동물보다 더 못한 사람도 많다.
물론 생각하고 분별력이 있는 그 능력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그것을 어떻게 바르게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은 짧은 시각차이에서 판단되지만 그로 인해 빚어지는 결과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똑같은 환경, 똑같은 조건이라도 맡겨진 일에 대해 어떤 사고를 갖고 임하느냐에 따라 하루하루의 삶은 엄청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영특한 사람이라도 이 세상을 혼자 살 수는 없다.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 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이 지구 땅에서 살 때부터 사람들은 나 외에 또 다른 존재를 의식하고 만남을 통해 사회 공동체를 이루며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이어 왔다.
"보라. 높은 이상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쉬지 않고 일하는 개미떼와 같이 다를 것이 없다" 고 한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理想)을 품고 살아가면서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높은 이상이라도 나를 지켜봐 주고 함께 하는 이가 없다면 어느 한가지도 이룰 수 없다.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잘 만나야 하고 또 그런 좋은 사람을 분별할 줄 아는 안목(眼目)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고로 천리마가 있어도 그것을 분별해 찾아낼 줄 아는 백락(伯樂)이 없었다면 천리마는 그저 골치거리인 야생마에 불과했을 것이다. 한 마디 더 한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제갈공명이라 하지만 삼고초려했던 유비 현덕이 없었다면 그는 평생 초야에 묻혀 이름없는 선비로 끝났을 것이다.
사람을 가려 볼 줄 아는 선구안(腺瞿眼 :사람보는 눈)을 갖고 있는 유비도 그렇지만 주인으로 알고 섬기는 제갈공명이 있었기에 변방에서 오지의 열악함을 딛고 일어나 천하를 삼분하는 역사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우리 역사를 보면 400여 년 전 서애 류성룡이 정승으로 있을 때 시골 현감에 불과했던 이순신을 찾아내 전라좌도 수군 절도사로 천거해 바다를 지키게 한 덕분에 우리나라가 왜구의 침략을 당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나라를 지켜낸 명장이 되었다.
사실 이 나라에 인재다운 인재가 없다고 하지만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없고 또 인재를 알아 추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인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결국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요. 인재(人材)가 곧 인재(人財)다 무엇이든 사람이 할 바요. 또한 사람만한 재산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들이 "사람보는 안목(眼), 이 없으면 인사는 망사(網事) 가 되고 인재는 흩어져 망신(亡身)이 되어 망가(亡家)가 되며 결국엔 망국(亡國) 이 되고 만다" 는 어느 논설위원의 글처럼 위기에 대처하고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먼저 빈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 안목' 을 갖어야 한다.
그래서 진 흙속에 묻힌 보석을 찾아 진가를 발휘하듯 좋은 인재를 찾아내야 한다. 특히나 사람보는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색안경을 끼고 보아서는 안된다. 반드시 유리 알 같이 맑고 투명한 눈이 되어야 한다. 색깔있는 안경을 쓰고 보면 그색깔로 만 보인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맑은 눈으로 볼 때 비로소 그 사람됨을 올바르게 볼 수 있고 또 변별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1983년 前 전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때 미얀마 아웅산 묘소에서 북한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은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 생각난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김재익씨가 독재정권을 위해 일한다며 비난을 했다.
그 때 그는 "나는 전두환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국 대열로 가기 위해 대통령을 설득하는 일을 하는 것" 이라며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고 우리 경제" 라고 말했다.
독재정권이라고 했던 5공화국 경제가 나름대로 잘 굴러가게 되었던 것도 어찌 보면 자신의 영달이 아닌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애국적인 경제 전문가인 인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곁으로는 악한 정권에 빌붙어 기생충 같은 존재처럼 보여 손가락질을 받지만 내적으로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는 얼마든지 많다.
그래서 사람을 평가 할 때는 항상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좋은 사람, 유익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보다는 항상 좋은 사람, 자신에게 유익한 사람을 먼저 찾으려고 한다. 좋은 사람보다는 내게 유익하고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 어쩜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흑기사처럼 내 앞에 불쑥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좋은 사람, 유익한 사람의 관계가 형성되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사람을 찾기에 앞서 먼저 내 안에 있는 좋은 것을 찾아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도록 하는 것도 밝은 사회를 만드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요즘 들어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고 존경받을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제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대선도 6개월 남짓 남았다. 하지만 필자 역시 "아! 바로 이 분이구나" 하는 감이 전혀 잡히지 않을 정도다. 아마도 아직까지 사람보는 눈이 어두운 것 같다.
시대가 어두워서 정직하게 살 수 없다는 핑계도 더 이상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시대가 어두울수록 조용히 각자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한 태도의 삶을 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재익 경제수석과 같은 인물이 많이도 그리운 이 때. 누가 충무공 이순신 같은 인재가 될 것이며 또 누가 그런 인재를 추천한 서애 류성룡이 될 수 있는 건지 우리 모두에게 숙제로 문제를 던져본다. 밤하늘에 별이 밝게 빛날 수 있는 것은 깊은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