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북핵 완전폐기를 위한 협상 3원칙


동문기고 정진영-북핵 완전폐기를 위한 협상 3원칙

작성일 2007-07-11

<포럼> 북핵 완전폐기를 위한 협상 3원칙
 
- 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이 북한의 2·13합의 이행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북핵 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조치로 간주되는 2·13합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1단계와 모든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이를 불능화하는 2단계로 구성돼 있다. 각 단계를 이행할 때마다 북한이 보상을 받게 돼 있는 것은 물론이다. 힐 차관보는 방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2·13합의를 모두 이행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최대의 위협인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진전이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모멘텀이 지속돼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성사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6자회담 재개나 남북관계 진전은 모두 이 목표를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태도와 관련,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고수해야 한다. 초강대국 미국은 북핵을 용인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은 핵을 가진 북한에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 지금껏 대한민국의 어느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북핵 불용(不容)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둘째, 국제협상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 북한과의 핵폐기 협상에 임해야 한다. 북한이 핵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을 돌려받으면서 굳이 국제금융기관들을 통한 송금을 원했다. 2500만달러라는 현금이 문제가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 합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핑계로 2·13합의의 이행을 거부했다. 결국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중앙은행을 이용하는 편법을 통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이로써 북한은 미국이 북핵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힐 차관보의 방북 초청은 미국의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국익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국제협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려 있는 북핵 협상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우리의 본심을 알려주고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면 북한이 바뀔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국내의 보수세력을 탓하며 이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의 자선을 기대하는 친북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는 않은가. 대북 지원을 중단하거나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하여 북한에 양보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유화주의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태도들이야말로 북핵을 용인하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셋째, 대북 정책의 국내 정치적 이용을 경계해야 한다. 국내의 일부 포용정책 세력과 북한 당국과의 정치적 합작이 국내 정치적으로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자신들과 대한민국의 운명을 북한의 손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 당국이 비정상이 아닌 이상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할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핵협상을 통해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핵을 없앨 수만 있다면 북한에 상당한 규모의 보상을 제공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지원이 북핵 폐기를 위한 단계적 행동과 철저히 연계되지 않으면 북한의 기대와 요구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단계에 벌써부터 200만㎾ 전력 공급이나 경수로 건설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문화일보 200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