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다시 달에 간다


동문기고 김상준-다시 달에 간다

작성일 2007-07-06

[과학칼럼]다시 달에 간다
 
- 김상준 / 경희대교수·우주과학과 -

지난 3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세계 우주탐사 전략’ 회의에 한국도 참가하여 14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우주탐사전략 합의문을 도출하였다. 근래에 미국은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 달 탐사를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 역시 장기적인 우주탐사, 개발, 이용의 관점에서 1992년 첫 인공위성 발사로 우주개발시대를 연 이후 지구궤도 밖의 첫 탐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우주개발의 종주국인 미국은 1972년 마지막 아폴로 탐사선 이후 달보다는 화성 탐사에 치중해 왔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약 20개의 무인 탐사선을 차례로 화성에 보냈거나 보낼 계획이다. 화성 탐사의 가장 큰 목적은 과거에 존재해 화석화되었거나 현재에도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의 발견이다. 이 무인 탐사선들과 병행해서 인류 최초로 우주인을 화성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달은 아폴로 탐사선이 밝혀낸 대로 물과 공기가 없어 인간이 살기에는 최악의 환경이므로 얼핏 보면 거의 쓸모없는 곳이다. 그런데 왜 달 탐사를 다시 시작하려는 것일까? 화성 탐사에는 달 탐사에 비해 아주 불편한 점이 있다. 그것은 달보다 거리가 아주 멀다는 사실이다. 화성은 가는 데 적어도 몇 개월이 걸리는 반면, 달은 1주일 내에 갈 수 있다.

유인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낼 때 인간이 수개월간 우주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식량과 시설이 우주선 내에 반드시 필요하다.

-물 조달 단초찾아 탐사 부푼 꿈-

또한 화성은 태양 둘레를 돌기 때문에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화성이 지구에 근접했을 때 가는 것이 좋은데 이 때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화성과는 달리 달은 지구에서 거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구를 돌기 때문에 언제라도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아폴로 이후 수행된 미국의 소형 우주선들이 달의 극지방을 탐사한 결과 극지방 암석들 중에 물과 결합한 암석들을 발견하여 이 암석들에서 물을 채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달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수십억년 동안 표면이 태양광선에 직접 노출되어 표면 가까이 있던 물이나 얼음이 다 증발하여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극지방 산악지형 중 깊은 골짜기에는 태양의 빛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이 골짜기 지하에는 아직도 만년빙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폴로 이후 달에서는 물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미국의 소형 우주선들의 달 극지방 탐사로 현지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물을 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현지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면 대형 투명 플라스틱 돔을 설치해서 그 안에 공기를 주입하고, 달의 극지방 지하에서 물을 길어 파이프로 물을 이 플라스틱 내의 토양에 공급하여 식물을 재배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폴로 우주선이 가지고 온 달 토양으로 이미 식물재배에 성공한 적이 있다.

식물재배를 할 수 있으면 초식동물들도 방목할 수 있을 것이므로 현지에서 활동하는 우주인들의 식량 걱정을 덜어줄 것이다. 이러한 플라스틱 돔을 전진기지로 삼아 점차 인간의 식민지를 넓혀 달의 희귀 광물질도 채취하고 진공에서만 가능한 대규모 과학 및 공학 실험도 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주 대형 망원경 등 달에서만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과학시설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달에 우주 대형 망원경이 설치되고 나면 우주 시초의 대폭발과 기원이 완전히 밝혀질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IT강점 바탕 한국도 참여를-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들에 이어 세종기지를 남극에 세워 극지방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달에 보낼 우주탐사선을 만드는 데는 물론 막대한 예산이 든다.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선진국들과 협력해 비용을 분담하고, 또 우리의 강점인 정보기술(IT)을 이용하여 원격조종 우주로봇 등을 개발해 달나라 탐사에 동참한다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우주로의 여행과 도전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훗날 달 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우리나라가 여러 우주강국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2007-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