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유가, 에너지 외교에 달렸다


동문기고 주재우-유가, 에너지 외교에 달렸다

작성일 2007-07-04

[기고] 유가, 에너지 외교에 달렸다

- 주재우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우리가 소비하는 석유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의 80% 이상을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의 원활한 에너지 수급을 위해 정부는 에너지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의 좋은 예가 지난 5일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협력대화(ACD) 외무장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참여 국가 중 석유생산국의 모든 외교장관과 연쇄적인 양자회담을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적극적인 에너지 외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유가는 시장논리로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에너지 외교는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급을 보장하고 안전하게 이를 수송하기 위해 에너지 생산국 뿐 아니라 수송경유국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외교 활동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에너지 외교의 핵심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를 국민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 외교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 우리의 유가도 자연히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준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유가는 국제석유시장의 유가가 하락해도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나 국제시장 유가가 상승할 때는 물 만난 고기처럼 올라갔다.

우리의 유가가 국제시장의 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내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결정구조와 높은 세율 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논쟁으로 뜨겁다. 일각에서는 세율 조정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유사와 정부의 가격결정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제기하고 있다. 두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왜냐면 국제석유시장이나 우리 시장이 과거와 같은 국제유가 파동을 겪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유가체제 개선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시장 경제의 논리에 따르지 않는 우리의 고유가는 우리의 서민경제와 국민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경제 논리에 반하는 우리만의 유가 논리는 우리 에너지 외교의 목적과 실효성에 의구심을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국제석유시장의 유가 상승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산유국의 생산능력과 소비량의 증대라는 요인보다는 이른바 강대국의 외교 행위에 있다. 강대국의 외교 행태가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석유생산지역에서 전쟁이나 무력을 행사하기 때문이 아니고, 외교 행태가 강경노선을 추구할 때 양산되는 미래 정국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이란 핵개발 문제에서 보여준 강경노선의 정책이 좋은 예이다. 이란에 대해 미국이 향후 취할 외교적 조치에 대한 전망의 어려움이 국제 유가 시장을 동요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 외교가 정부 발표와 같이 원만하게 잘 추진되고 있으면, 우리의 에너지 자원의 확보나 수급이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유가도 이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라야 할 것이다. 더욱이 상기한 강대국 외교의 강경노선이 초래할 결과의 불확실성이 국제유가의 주요 결정요인으로 작용하면 우리 에너지 외교의 방향 및 전략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에너지 외교는 생산국, 경유국과의 관계 발전과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분쟁에서의 강대국의 외교정책과 행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통해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응능력이 에너지 외교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200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