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세계는 지금 세금인하 경쟁 중
<포럼> 세계는 지금 세금인하 경쟁 중
- 안재욱(경제75/ 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
‘예기(禮記)’의 ‘단궁하편(檀弓下篇)’에 이런 고사가 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던 중 허술한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한 여인을 만났다. 공자가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했다. 사연인 즉 시아버지·남편·아들을 모두 호랑이가 잡아먹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공자가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여인은 “여기서 사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는 고사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크게 늘었다. 평균 조세부담률이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때 각각 17.9%와 18.9%였는데 노 정부에서는 20.1%나 된다. 한편 가계의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이 2003년 74조원에서 2006년 101조원으로 약 36% 증가한 반면, 실질국민총소득(GNI)은 2003년 646조원에서 2006년 691조원으로 단지 약 7%밖에 늘지 않았다. 노 정부 들어서 국민이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이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이 감소할 정도로 세금이 과다하면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줄여 국민의 생산 활동을 떨어뜨린다. 이것은 곧 국민경제의 침체로 이어진다. 아무리 노 대통령이 “경제의 기초체력이 강해지고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역설해도 우리 경제는 여전히 침체며 실업률은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것은 살림살이의 어려움이다.
세금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이 증가하여 어려운 민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 정부의 조직과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서는 세금을 줄이기 어렵다. 노 정부 들어서 정부 조직이 점점 비대해졌다. 대통령 직속위원회가 11개에서 23개로 노 정부 이후 12개(109%)가 늘었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도 28개에서 48개로 20개(71.4%)가 새로 만들어졌다. 지난 4년 동안 공무원 수가 4만8000명이나 늘어났으며, 앞으로 5년간 5만명 이상을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대로 된다면 2011년에는 공무원 수가 100만명에 이르게 된다.
노 정부 이후 공무원 인건비는 33% 늘어나 2006년에 20조원에 이르렀으며, 정부 지출이 2002년 135조6100억원에서 2006년 224조1000억원으로 65.2%나 증가했다. 또한, 각종 복지 지출의 증액 때문에 국가채무가 대폭 늘었다. 2006년 말 현재 국가 채무는 282조8000억원으로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말 133조6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이렇게 노 정부는 민간부문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부문을 확대해왔고 정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와 국민의 조세 부담을 늘려 왔다. 결국 이러한 정부의 행태는 경제를 침체시켰고, 성장동력을 떨어뜨렸으며, 국민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정부를 키우고 국민의 조세부담을 늘려 잘된 나라가 없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는 물론, 북유럽의 복지국가가 그랬고, 자본주의를 실시했던 국가들 가운데서도 정부가 커지고 조세 부담이 늘어났을 경우에는 어김없이 경제 침체를 겪었고 국민의 생활이 어려웠다.
게다가 현대는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국경 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개방의 시대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세금이 낮은 곳으로 언제든지 이동 가능한 시대다. 이 점을 인식한 각국은 지금 세금 인하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리나라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곳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곳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규모를 줄이고 세금을 낮춰야 한다.
[문화일보 200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