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제2의 지구’인가


동문기고 김상준-제2의 지구’인가

작성일 2007-06-20

[과학칼럼] ‘제2의 지구’인가
 
- 김상준/ 경희대 교수·우주과학 -

지난 4월 말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이 발견되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외계행성들은 지금까지 200개 남짓 발견되었다.

그동안 발견된 외계행성들은 지구보다 훨씬 크고 중력도 강하여 인간이 서기도 힘들고, 생명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뜨겁거나 아주 차가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은 지구보다 조금 크고, 평균 기온도 지구와 비슷하다는 연구 분석 결과이다.

이 외계행성은 지구에서 약 20광년 떨어진 곳의 작은 별(글리제 581)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으로 글리제 581c로 명명되었다. 1광년은 빛이 1년 걸려 가는 거리로 약 10조㎞에 해당하므로 이 행성까지의 거리는 200조㎞나 되는 천문학적 거리다. 그러나 광활한 우주 스케일과 우리 은하의 지름이 수십만 광년이나 되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다.

아마도 수세기 후 인류가 우주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쯤 방문 우선순위에 오를 외계행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이맘때 필자는 ‘우주에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에서 최근 많은 외계행성들이 발견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대로 간다면 조만간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이 발견될 확률이 크다고 언급하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지구와 유사한 외계행성이 실제로 발견된 것이다.

-지구닮은 외계행성 글리제581-

그러면 다음 단계로 우리가 이러한 행성에서 발견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물체의 발견일 것이다.

지난해 칼럼에서 천체들의 물질과 성분은 태양계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고 우주에는 태양과 같은 별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지구만이 생명체를 보유할 가능성은 아주 적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외계행성에서의 생명체 발견은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것과 비교하여 매우 어려워서 많은 세월과 첨단 관측기기의 발달이 요구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선 생명체의 크기는 행성에 비해 아주 작기 때문에 직접 관측이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20광년이나 되는 곳을 방문하지 않고 멀리서 생명체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까.

지구 대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지구 초기의 대기는 탄산가스, 수증기가 대부분이었고, 산소는 거의 없어서 초기의 미생물들은 무산소 호흡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그러다 광합성을 하는 녹색식물들의 등장으로 탄산가스속의 산소를 분리해 대기 중에 대량 방출함으로써 우리가 호흡할 수 있을 만큼의 산소가 생겨났다.

따라서 산소나 산소원자 3개로 되어 있는 오존 분자를 외계행성 대기 중에서 발견하면 일단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을 가능케 하는 기기는 빛을 분산시켜 무지개 색깔로 나누어서 산소나 오존만이 가지는 고유한 색깔을 찾아낼 수 있는 분광기이다.

글리제 581 별은 태양보다 조그맣고 온도도 태양보다 낮은 붉은 색을 띤 별이다.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빛을 분해하면 무지개 색깔인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로 나뉜다고 초등학교에서 배웠다.

태양은 이러한 무지개 색광 중에서 초록색 근처 영역에서 제일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식물의 잎사귀는 태양빛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초록색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지구 대기에 이러한 무지개 색광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는 질소분자가 약 80%를 차지하고 있음은 식물들을 위하여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대기조건따라 식물 있을수도-

따라서 외계행성 글리제 581c에 광합성을 하고 있는 식물들이 있다면 이 행성의 대기는 대부분 질소로 되어 있어야 하고, 광합성의 결과로 나온 산소와 오존도 다량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 행성의 빛을 관측 분석하여 산소나 오존이 대기 중 다량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일단 광합성을 하고 있는 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이 외계행성의 식물 색깔은 지구상의 초록 식물과는 달리 빨강색의 잎사귀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크다. 왜냐하면 이 행성에 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는 글리제 581 별은 빨간색 영역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2007-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