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냄비 저널리즘, 균형 저널리즘


동문기고 백승현-냄비 저널리즘, 균형 저널리즘

작성일 2007-06-12

[옴부즈맨 칼럼―백승현] 냄비 저널리즘, 균형 저널리즘 

- 백승현(정회 72/24회)/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피의사건이 요즘 매일 도하(都下) 모든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사건첩보를 접한 경찰의 초기대응이 미온적이었기 때문에 은폐의혹을 산 데다, 김 회장에 관한 다른 사항들까지 새삼 들춰지면서 단발성으로 끝나버렸을 사건이 일파만파로 연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밖에서 얻어맞아 상처를 입고 들어왔으니, 아버지로서 분기탱천했으리란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들을 폭행한 유흥업소 직원들을 재벌총수가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보복 폭행했다고 하는 언론 보도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자식사랑만 알 뿐 사회규범은 모르는 그의 비이성적 행동은 비난과 상응한 대가를 지불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사건을 다루는 언론들의 보도태도이다. 이번 사건은 언론에서 연일 다뤄지는 비중이 사건자체의 성격에 비해 지나치게 큰 편이다. 또한 많은 언론의 논조는 아직 피의사실에 불과할 뿐 최종 확인되지 않은 사항들에 대해 정서적 예단(豫斷)을 부추기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런 보도태도는 물론 은폐의혹으로 인해 더욱 촉발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당사자가 재벌총수이다 보니 언론들이 앞서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해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벌총수의 도를 넘은 자식사랑의 부정(父情)을 여기서 옹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도하 언론들의 보도태도에서 읽을 수 있는 선정적 성향은, 어찌 보면 아들의 폭행소식에 끓어올랐을 부정과 비교할 때, 그 선정성에서 오십보백보인 점에서 ‘냄비저널리즘’이라 할 만하다.

국민일보는 상대적으로 냄비 저널리즘의 면모와 거리가 멀었다. 많은 신문들이 1면 등에서 다루거나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며 연일 대서특필하는 모습을 보인 데 비해, 국민일보는 그 횟수나 분량, 취급면 배정, 그리고 선정적 표현을 절제하는 모습에서 미세하지만 분명한 차이점과 균형적 감각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사설에서 이 사건을 대여섯 번씩 다룬 신문이 있는데 비해, 국민일보는 두 번 다룬 점에서도 ‘균형 저널리즘’을 엿볼 수 있다.

독자들은 균형 저널리즘이 모든 기사에서 발휘되기를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미 FTA는 퍼주기 협상’에 이어서 ‘미 요구 77% 관철, 한국은 8%’ 제하의 기사(4월 25일)가 바로 그 단적인 예였다. 표제만으로는 한·미 FTA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 관점에서의 비교분석 결과를 전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 발표한 일방적 내용의 보도기사였다.

1면 제호 아래 인덱스 인물사진의 선정에 있어서도 보도 기사성 인물위주로 부각시키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보도 기사성 인물이 아닌 경우가 간혹 있어서 관련기사를 찾아보고 나서 작은 실망(?)을 한 때가 있었다. 4월26일의 KBS 아나운서 전진배치 인물사진과 그 다음날의 기획기사 인물사진이 그 예였다.
 
[국민일보 200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