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정부가 씀씀이를 줄이라
<포럼>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라
- 안재욱(경제 75/ 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
현 정부를 보고 좌파정부라고 하면 정부와 관련돼 있는 사람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싫어한다. 좌파정부란 다른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의 지출과 규모를 키우는 정부를 말한다.
노무현 정부는 총지출(예산+기금)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왔다. 그 증가율이 2005년 6.4%, 2006년 6.9%, 올해 5.8%였다. 그런데 내년에 또 7~8% 증가한 253조~256조원을 지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현 정부는 출범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방공무원을 포함해 5만994명의 공무원을 늘렸다. 그런데 앞으로 2011년까지 5년간 5만1223명의 공무원을 증원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지출과 크기가 늘어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부의 씀씀이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언젠가는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몫이다.
김영삼 정부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17.9%였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는 18.9%였고, 노 정부는 20.1%였다. 이 사실은 노 정부 들어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크게 늘었음을 말해준다. 또한 국가 채무비율이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10%대를 유지해오다가 노 정부가 들어선 2003년 23.0%로 올라선 후 2004년 26.1%, 2005년 30.7%, 2006년 33.4% 등 매년 지속적으로 늘었다.
지금 국민은 과다한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런데도 노 정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의 지출을 더 늘리고, 공무원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정부를 좌파정부라고 부르지 무엇이라고 부르겠는가. 끊임없이 정부의 크기를 늘려가면서 좌파정부라고 불리기 싫어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염치없는 태도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베와 실을 징수하는 세금, 곡식을 징수하는 세금, 또 인력을 징발하는 세금이 있다. 어진 임금은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집행한다. 만약 두 가지를 동시에 집행한다면, 백성들 가운데 굶어죽는 자가 나올 것이고, 만약 세 가지를 동시에 집행한다면 부모와 자식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 것이다.”
과다한 부동산세를 맞지 않기 위해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가 있으며,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는 가정에선 보유세가 무서워서 늙으신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평수가 적은 아파트들로 나누어 살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맹자께서 우려하는 일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연말 대선을 의식하여 선심성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공무원을 늘리는 것이라면 그것은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이제 국민은 그러한 것들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자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에서 30%대로 급상승한 적이 있다. 이것은 국익과 국민을 위한 국정을 한다면 국민은 언제든지 대통령과 현 정부를 지지한다는 것을 반영한다. 정부의 지출과 규모를 늘려 국민의 부담을 늘린다면 좋아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계속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편안하게 각자의 생업에 충실하여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이뤄갈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싫어하는 것은 불안한 사회, 무거운 세금, 가렴주구다. 좋은 정부란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국민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정부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통해 볼 때 정부가 커지고 국민으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두어서 잘된 나라가 없다.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평안하게 하고 싶으면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면서 ‘작은 정부’를 이루어야 한다. 또 정말로 좌파정부라는 말을 듣기 싫으면 그리해야 한다.
[문화일보 200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