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상상속의 외계인
[과학칼럼] 상상속의 외계인
- 김상준 / 경희대교수 우주과학과 -
우리는 외계인의 모습이 궁금하다. 많은 공상 과학소설과 영화에서 외계인의 모습이 상상되어 그려졌다. 커다란 눈을 가졌고, 지능이 엄청나게 발달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커다란 머리와, 머리에 비해 가느다란 팔 다리, 혹은 극한의 우주 속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무기처럼 발달된 육체를 가졌고 가공할만한 무기를 옷처럼 입고 다니는 외계인들을 상상해내곤 했다. 대체로 이런 상상속의 외계인들은 무자비하고 때로는 지구에 와서 인간을 그들의 먹이로 삼는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지구를 방문할 수 있는 외계인이라면 자비롭고, 인간에게 우호적인 외계인일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이 드는 이유는 지구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그들의 웰빙을 위하여 다른 동물들과 더불어 살고 그들을 둘러싼 자연환경을 보호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광대한 우주 속에서 발달된 문명을 가지고 우주를 마음대로 여행하여 지구까지 손쉽게 오는 방법을 개발하였다면 그들은 그 오랜 개발 기간 동안 아주 우수한 도덕성을 가지고 핵전쟁 따위로 스스로 멸망하지 않았고, 주위의 생물들과 우주 환경을 보호하면서 그들에게 닥쳐온 여러 자연 재해에 현명하게 대처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이것은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했다). 만약 그들이 스스로의 성질을 못이겨 싸우기만 하고 스스로의 이기심으로 우주환경을 파괴하였다면 우주를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전에 멸망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인간에 우호적인 존재 가능성-
그럼 아주 발달된 지능을 가진 외계인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할 것인가 상상하여 보자. 이렇게 발달된 외계인은 그 모습이 꼭 인간과 비슷하게 눈, 코, 입을 가진 육체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지능을 가진 존재란 어떻게 정의하는가”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육체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동물적이고 본능으로 뭉쳐있는 것이 우리 육체인 것이기 때문이다. 외계의 지적 생물이라고 하는 것은 그 생물의 육체보다는 지적 능력, 즉 지식저장 능력과 소프트웨어적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 생물들은 살아가는 데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처리하고, 판단하여, 하드웨어(몸이나 다른 기계)에 명령을 내리고 때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그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적 존재란 반드시 생물학적인 육체를 갖지 않아도 가능하고, 스스로의 의지를 관철하고자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하나의 축적 집약된 소프트웨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와 비슷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그들의 뜻을 관철하려고 할 때 아마 우리는 그들을 ‘신’처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서로 싸우기만 하고, 우주환경을 파괴하고 쓰레기만 배출하고, 그들이 보기에 바람직한 우주 진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아마 그들은 우리를 박멸하려고 들지 않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 인류가 편리한 우주여행 기법을 발명하기까지는 적어도 수천년이 걸릴 것 같다. 우리 인류의 오천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당장 향후 100년간 미치광이 같은 세계지도자가 나와 핵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평화·환경보존 인류가 사는 길-
인류 역사상 남의 나라의 땅과 재산을 빼앗기 위해 잔인무도하게 이웃 나라를 침략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인 ‘영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근래에 핵 강대국 간에 해왔던 평화유지 방법, 즉 서로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극대화해서 공멸의 위협, 혹은 치명적 보복의 위협 때문에 억지로 평화를 유지시키는 방법 따위로는 앞으로 수천년간 핵전쟁이 없을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따라서 편리한 우주여행 방법을 개발하기 전에 스스로 멸망하지 않으려면 이웃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기 위해 우리의 도덕성을 스스로 높이고 주위의 생물과 환경을 보호하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먼 훗날 어느 미지의 별에 인류가 방문했을 때 그곳에 사는 미개의 외계인이 보기에 우리 인류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잔인한 외계인이 아니라 자비롭고 현명한 외계인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2006-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