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리-귀 기울여 듣고 사는가


동문기고 한주리-귀 기울여 듣고 사는가

작성일 2007-04-27

<밥일꿈> 귀 기울여 듣고 사는가         

- 한주리 /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BK21 연구박사 -

귀 기울여 듣고 사는가


교수 : “이번 기말고사 시험범위는 지난 번 중간고사 범위부터 오늘 배운 데까지예요. 시험은 결국 여러분이 교수님과 할 수 있는 1:1 커뮤니케이션 방법인 거 아시죠?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요. 질문 있나요?”
학생 : “그런데 교수님, 시험 범위는 어디서부터인가요?”

사오정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가정이든, 학교든 회사이건 간에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잘 듣는 것은 필수적이다. 효과적으로 귀기울여듣기를 잘하는 사람은 각 상황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욕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늘 고려한다.
듣기에는 단순히 언어를 통한 메시지를 듣는 과정만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옆 자리에 앉은 동료의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단순히 ‘무슨 일이지? 아침부터 기분 나쁜 일 있었나?’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는다. 그 때 다른 동료 한 명이 그 친구에게 다가와 커피 한잔을 건넨다. “○○씨 커피 한 잔 해요. 그런데 오늘 무슨 일 있었나요?” 심기가 불편한 동료에게 커피를 건넨 동료는 어떤 존재로 다가올까?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언어적 메시지와 함께 상당히 광범위한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이처럼 비언어적인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이고 적절히 반응하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사람이다.
가정이건 직장이건 사람들 간에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들도 결국 상대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듣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단순히 갈등상황을 피하려고 할 것이냐, 대치하여 상대를 공격할 것이냐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냐의 열쇠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듣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우선 상대의 말을 경청하여 듣는다. 그리고 들은 바를 본인이 이해한 방식으로 정리하여 되물음으로써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상대의 관점과 느낌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상대와 나 사이의 인식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국제 협상에서 잘 듣지 않아서 이런 오류를 범하면 어떻게 될까? 예약을 하는 사람이 예약 시간을 잘못 들었다면 어떻게 될까? 상사의 지시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의 소풍날짜를 잘못 들었다면 소풍 당일 아침이 어떤 모습일까?
이제 말하는 것보다 듣기가 중요한 시대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듣지 않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느낌을 갖고 사는지 이제부터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피드백을 해보는 건 어떨지.

[내일신문 200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