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정완용-‘高2 자퇴’ 정답이 아니다
[시론] ‘高2 자퇴’ 정답이 아니다
- 정완용(법 77/28회) / 경희대 입학관리처장·법대 교수 -
요즘 2008학년도 대입시 적용을 받게 될 고2학년생들의 자퇴(自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소위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혀 내신, 수능과 논술의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매우 힘들어 하는 우리의 아이들이다. 2008 대입제도가 수능등급제와 내신 상대평가 등급제로 바뀜에 따라서 정부정책 방향에 부응하여 각 대학들이 내신 반영비율을 50%로 올리고 논술 비중을 강화하는 대입제도를 내놓았다. 이 결과 고교 1학년 혹은 2학년 때 치르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실패하면 다시는 회복할 길이 없는, 패자부활전이 허용되지 않는 입시제도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이 세상에 어디 완벽한 것이 있는지를, 그리고 모순이 있는 제도라 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우리나라와 같은 좁은 국토에서 많은 인구가 살아감에 있어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제도라면 오히려 담대한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길이 아닐까?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수많은 발명을 한 에디슨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사를 창업한 스티브 잡스처럼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여 성공하는 드문 예도 있다. 이와 같은 특별한 동기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들은 일반적인 학교 교육을 통하여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친구와 우정을 나누며, 학교라는 배움터를 통하여 사회성과 인성을 길러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고2학년생 사이에 자퇴가 쉽게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고교 간 학력차(평준화 비평준화 지역 고교, 특수목적고)가 존재하고, 고교 3년간 상대평가에 의한 등급제로 평가되기 때문에 한두 번 학교 시험에 실패하면 내신에 절대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능 점수에 의하여 비교 내신을 적용받으면 내신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유리하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생각해 보자.
첫째, 2008학년도에 내신이 50% 이상 반영되지만 대학 입시에 보다 중요한 것은 수시의 경우 학생부보다는 대학별고사(논술 혹은 면접구술)이고, 정시의 경우 수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따라서 내신의 불리함을 얼마든지 논술과 면접 또는 수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더구나 2008년 대부분의 대학들이 도입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국어, 수학, 사회 같은 수능 과목뿐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등의 교과목이 통합되어 출제되는 만큼 학교 교육을 통하여 가장 잘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수시모집의 경우 대부분의 전형에서 지원자격을 정규 고교 졸업 예정자 혹은 졸업자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자퇴 후 검정고시를 치른 수험생은 수시모집에서 지원자격이 제한되는 대학이 많다. 그러므로 자퇴하게 되면 수시모집을 포기해야 하고 절반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셋째, 대학들은 단기적인 대학 입학을 목표로 자퇴를 한 수험생보다는 꾸준하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간 수험생들을 더 높이 평가하고자 할 것이다. 즉, 많은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수능 점수에 의한 비교 내신을 적용할 경우 정규 고교 졸업생들보다 비교 내신을 적용받는 수험생들이 결코 유리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외고나 특목고 학생들을 포함하여 일반고 학생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2008학년도에 도입될 동일계 특별 전형을 고려하고 또한 국제화 추진 전형, 글로벌 리더 전형, 특기자 전형을 목표로 하면 된다.
끝으로 인생은 긴 경주와 같아서 단기간의 요령을 통하여 일시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길게 보고 노력하는 수험생들이 되길 바란다. 학교 내신이 좀 불리하다고 하여 공교육을 포기하고 학원을 전전하게 되면 먼저 마음속에서 한 단계 실패를 인정하고 가는 것이다.
[조선일보 200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