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용-기업회생의 필요충분조건


동문기고 정하용-기업회생의 필요충분조건

작성일 2007-04-25

[테마진단] 기업회생의 필요충분조건               

- 정하용 (경희대 국제ㆍ경영대학 교수) -

워크아웃을 마치고 최근 매각이 완료된 대우건설에 이어 현대건설 인수ㆍ합병(M&A) 여부에 재계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최근 팬택계열이 채권은행에 새롭게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기업회생 절차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군살을 제거하여 건강한 체질을 만든다'는 뜻인 '워크아웃(Work out)'이란 단어가 지금처럼 기업회생 절차 중 하나로 일상적으로 사용된 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1997년 말 시작된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부터다.

워크아웃은 금융기관 합의로 부채를 조정하여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시장 자율적인 합의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법원의 강제력이 수반되는 화의나 법정관리와 구별된다.

방법은 다르지만 워크아웃이든 법정관리든 기업회생 절차의 목적은 부실기업 회생과 정상화다.

채권은행은 부실채권 회수를 미루고 추가 지원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지만 기업이 회생하면 새 주인에게 매각하여 막대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회생한다면 국가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덜고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때 부실기업 정리가 국가적 중대사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기업 부실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초창기 기업회생 절차는 자율적이라기보다 정책적 판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퇴출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그랬고, 주요 그룹간 빅딜이 그러했다.

2001년에는 자율적인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확보하고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 1998년 이후 위기에 빠졌던 수백 개 기업이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기업회생 절차를 거쳐 다시 일어섰다.

해당 기업 종업원과 주주는 물론 채권단, 노조 등 당사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기업회생 과정이 순조로울 수만은 없고, 실제로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워크아웃을 통한 민간 주도 기업회생의 당위성은 이제 어느 정도 우리 사회에서 공감대를 이룬 듯하다.

오히려 최근에는 기업 회생 자체보다는 워크아웃을 마친 기업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매각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워크아웃을 마친 LG카드가 매각될 때에는 공개매수제도 도입 여부를 놓고 혼란을 겪었다.

현대건설은 채권단 내 이견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매각 주간사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워크아웃을 마친 기업의 매각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현대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건설, 하이닉스, 현대종합상사 등 워크아웃을 마친 굴지 기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것으로 기업이 회생하고 정상화하는 건 아니다.

워크아웃을 마친 기업의 성공적인 매각은 기업이 겪은 구조조정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워크아웃을 마친 기업의 매각에 대해서는 뚜렷한 원칙도 사회적 합의도 없고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듯하다.

M&A시장의 최대 이슈인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워크아웃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채권은행이 옛 사주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여 매각 과정이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각 사안별로 이해당사자들이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워크아웃 과정에서 논란이 생겼을 때 지침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공통 원칙이 있다.

바로 워크아웃 등 기업회생 제도 본래 취지가 해당 기업 회생과 경영 정상화라는 점이다.

기업회생 과정은 어려운 기업을 되살린 후 최적의 주인(경영자)에게 인수되도록 하여 독자적인 생존력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채권단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는 차후 문제다.

부채를 유예해 주고 출자전환하는 위험을 감수했다 하여 채권단이 회생한 기업에 새로운 부담이 될 정도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하며, 정책적 의지에 의해 기업 회생이 결정되고 추진됐다 하여 매각과정에 정치논리가 작용되어서도 안 된다.

워크아웃을 졸업하고도 채권단간 의견 차이로 방치되어 있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내년에는 워크아웃을 마치고 매각 작업에 돌입할 수많은 기업들이 대기하고 있다.

팬택은 이제 새롭게 워크아웃을 시작하고 있다.

기업회생 제도 본래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매일경제 2006-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