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 한미FTA―안보와 경제의 가치


동문기고 정진영 - 한미FTA―안보와 경제의 가치

작성일 2007-04-06

<포럼> 한미FTA―안보와 경제의 가치 

-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불안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한미 자유무 역협정(FTA) 제4차 협상이 다음주(23∼27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다섯 차례의 공식협상을 개최하여 연내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 는 당초 계획에 비춰보면 이제 협상의 종반전에 접어드는 셈이다 . 지금까지 양국은 세 차례의 공식협상과 실무접촉을 통해 서로 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 했다. 서로의 요구를 주고받는 본격적인 협상은 이제부터가 시작 이다.

한미 FTA를 강력히 반대하는 국내의 목소리들이 존재한다. 이들 가운데는 한미 FTA가 가져올 피해를 우려하여 반대하는 집단도 있고, 시장개방 자체에 반대하는 반세계화 집단과 미국이기 때문 에 반대하는 반미집단도 있다. 첫 번째 집단의 반대는 경청할 만 한 대목도 없지 않다. 그러나 뒤의 두 집단은 잘못된 이념과 처 방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반미 집단이 내세우는 ‘한미 FTA가 한 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동아시아 지역 협력을 붕괴시킬 것’이라 는 주장에는 전혀 찬성할 수 없다.

첫째, 한미 FTA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반미집단의 주 장은 이것이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여 한국에 대해 적대적인 행동 을 하게 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 적대관계에 있으며, 북한과 중국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인식 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중관계는 본격적인 경쟁단계에 접어?溶?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 중국의 경 제력, 군사력, 대미 의존을 감안할 때 20∼30년 뒤에나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예단하고 우리 외교를 거기에 맞추는 것 은 어리석고 위험하다. 더욱이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서는 중국도 강력히 반대한다. 이에 관한 한 오히려 미·중의 이해관계가 일 치한다. 다만 중국은 경제 발전의 지속을 위해 안정적인 대외 환 경을 필요로 하고, 이 때문에 대북 무력제재를 반대한다. 한미 FTA는 한미 양국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상호 이익을 증대시켜 한미동맹을 보다 굳건한 기반 위에 서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는 군사력을 앞세워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북한의 선군정치에 맞 서 한국의 안보를 강화시킬 것이다.

둘째, 한미 FTA를 반대하는 또 다른 논리는 이것이 동아시아 지 역협력을 방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아시아 국가들만이 참여 하는 협력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은 거의가 미국의 시장·자본·기술에 크 게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FTA 등을 통해 미국과 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만 미국에 반대하 고 나선다면 우리만 외톨이가 될 따름이다. 더욱이 한미 FTA는 일본, 중국 등으로 하여금 한국과의 FTA에 적극적인 입장을 갖도 록 만들고 있다. 한미 FTA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이 동아시아 FTA 네트워크와 지역협력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려면 서로가 상대방의 요구를 일정 부 분 수용하여 이익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협상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통상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국처 럼 어려운 협상 상대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우리 협상 단에 대한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 우리 협상단은 이러한 실정을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는 채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 고 국내 반대론도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는 지렛대로 활용해 야 한다. 물론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고 저지하기 위한 극렬한 데모는 협상 타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대한민국을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동아시아의 외톨이로 만들 위험이 있다.

[문화일보 200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