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찬규 -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와 회원국 의무
<포럼>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와 회원국 의무
[김찬규 (대학원/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응은 제재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3일, 머잖은 장래에 핵실험을 하겠다는 북한 외상 명의의 발표가 있자 안보리는 6일 의장성명을 통해 핵실험이 ‘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청을 저버리고 이를 감행한다면 “안보리는 유엔헌장상의 의 무에 따라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의 목적 중 으뜸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헌장 제1조1)이 다. 이에 대한 제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안보리(제24조1)가 거 듭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엔의 제재에는 군사적인 것 과 비군사적인 것이 있는데 안보리의 분위기는 비군사적인 것으 로굳어져 있다. 비군사적 제재에도 “경제관계와 철도·항해·항공 ·우편·무선통신 및 그 밖의 운수통신 수단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단, 그리고 외교관계의 단절”이 포함돼 있어(제41조) 이 가 운데 어느것을 적용할 것인지는 이사국들의 논의가 거듭돼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안보리의 결의가 ‘결정’이란 형식으로 나오 느냐, ‘권고’란 형식으로 나오느냐에 있다. 후자는 문자 그대 로 권고에 그치지만 전자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회원국 은 유엔헌장에 따라 안보리의 ‘결정’을 수락하고 또한 이행할 것에 동의한다는 규정(제25조)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리가 국회에서 ‘군사적 제재라면 한국은 이에 동참 하지 않겠다’고 호언했는데 이것은 중대한 실언이다. 군사적 제 재든 그 이상의 것이든 안보리가 ‘결정’이란 형식으로 채택한 결의에 따른 것이라면 모든 회원국에는 이에 따라야 할 법적 의 무가 생기며 이에 불복하면 ‘망나니 국가(rogue State)’가 된 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분위기는 안보리 관심이 금융관계 및 운수관계의 차단 등 비군사적 제재 가운데서도 북한에 금전적 이익을 주게 될 활동 을 못하게 하려는 데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핵기술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막고 아울러 재정적·경 제적 압력을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토록 하려는 게 안 보리의 의도라고 보인다.
이같은 활동은 비록 부분적·제한적인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없었 던 게 아니다. 위조 달러의 유통을 막기 위한 미국의 금융제재, 그리고 WMD 및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대 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 그것이다. 그런데 전자는 미국 의 국내법 및 그 영향력을 근거로 하는 것이고, 후자는 성격상 ‘유지연합(有志聯合)’에 불과한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유 지연합이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모임(coalition of the wil lings)이라는 의미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통용 범위의 제한성을 가져오지 않을 수 없으며 그동안 우리나라가 PSI의 테두리 밖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안보리의 결의로 채택된다면 문제는 달라지지 않 을 수 없다. 안보리 결의가 ‘결정’이란 형식으로 채택된다면 그것은 당연히 모든 회원국들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되지만 ‘ 권고’란 형식으로 채택된다 하더라도 설득적 권위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북한 핵실험의 직접적 피해국인 우리나라가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안보리 결의 가 채택되면 그 영향이 개성공단 사업 및 금강산관광 사업에까지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사업이 사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것 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업의 성질에 관계없이 북한에 들어가게 될 금전적 이득을 차단하려는 것이 제재의 목 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200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