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 부동산값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동문기고 안재욱 - 부동산값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작성일 2006-09-16

[시론] 부동산값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안재욱 (경제75/ 28회, 모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연속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자 정부당국자들이 연일 부동산 버블 붕괴론을 제기하면서 말로 엄포를 놓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로서 할 일이 아니다. 설령 그런 조짐이 보이더라도 적절한 정책 수단을 이용하여 조용히 연착륙을 시키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과잉 유동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여 왔다. 저금리 정책으로 유동성이 많이 불어났고, 그 유동성이 정부의 기대와 달리 기업 투자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부동산 쪽으로 몰렸다. 강남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중과세와 재건축 규제를 바탕으로 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폈지만 공급을 위축시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인식한 이성태 한은 총재는 향후 금리를 올리는 긴축통화정책의 기조를 천명했었다. 그러나 최근 환율 급락과 경기 하락 조짐이 보이자 금리를 동결시켰다. 사실 금리 조절이라는 수단만 가지고 있는 한은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침체가 걱정이고 금리를 내리자니 과잉유동성이 걱정인 것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정도다. 지금은 금리 하나를 조절하여 ‘꿩 먹고 알 먹는 식’이 되는 상황이 아니다. 우선 지금은 저금리를 통하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기침체의 원인은 기업의 투자 부진에 있다. 기업의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투자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 반기업정서, 기업활동에 대한 수많은 규제, 반시장적인 대기업 정책 등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금리를 동결한다고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다. 투자를 증가시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동결이 아닌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 주어야 한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고 싶으면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또 반시장적인 대기업정책을 지양해야 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400조원이나 되는 부동자금은 자연히 기업 투자 쪽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고, 한은도 금리조절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그리하여 한은이 금리를 서서히 올려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면 부동산 가격도 서서히 안정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심하게 올려놓은 부동산세를 원상복귀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주택공급을 늘려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주택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보다는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면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현 시점에서 부동산을 잡으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환율 하락으로 대외 수출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의 특정이념이나 고집대로 되지 않는 것이 경제다. 모든 것을 묶어 놓고 한은의 금리정책에만 의존하는 경제정책으로는 현재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서울신문 2006년 5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