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 - 21세기 우주시대의 과제
[과학칼럼] 21세기 우주시대의 과제
-- 김상준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
우리는 역사책에 기록된 역사의 대 전환점이 된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과 르네상스시대를 보며 그 시대 사람들은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사고의 형성으로 흥분되고 가치있는 삶을 살지 않았나하고 부러워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도 돌아보면 후손들이 부러워할 만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이 최초로 지구를 탈출했고, 1969년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내디뎠다. 현재 인류는 명왕성을 제외한 모든 행성에 인공위성을 보내 탐사를 하였고 우리는 인공위성들이 보내온 이들 행성 표면의 사진을 보며 조물주 솜씨에 감탄하곤 한다. 엄청난 기술과 계산이 요구되는 이러한 우주 탐사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20세기말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고, 마침내 컴퓨터와 우주기술의 합성으로 생성된 인터넷에 의한 글로벌 정보화 시대를 현재 우리는 즐기고 있는 것이다.
가히 우리는 역사책에 기록된 여러 혁명시대에 버금가는 ‘과학’ 혁명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후손들이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이룬 우리의 업적을 보고 많이 부러워할 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20세기는 1, 2차 대전과 수많은 국지전으로 얼룩져 있고, 21세기 들어와서 몇 년 안되는데 이미 국가 간 전쟁을 치렀다. 우주과학을 전공하는 이로서 우려되는 점은 곧 우주도 전쟁터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 美 등 스타워즈 대비 병기 개발 -
이미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시대 스타워즈(별들의 전쟁)로 지칭되는 우주병기 개발을 시작하였고, 미 공군에는 마치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옴직한 ‘우주사령부’를 설치해 놓고 우주, 대기권, 지상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개념을 확립해 놓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전도 전투기, 항공모함, 지상군의 모든 움직임과 작전은 군사위성들을 사용한 총체적 전쟁으로 모든 주도권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미래에 우리나라가 독도와 같은 영토문제로 주위 국가와 분쟁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우리국토를 지킬 수 있을까? 요즘 GPS의 도움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만약 GPS와 같은 위성정보 혜택을 강대국이 끊어 버리면 우리의 육·해·공군은 어떻게 정확한 목표 공격을 수행할 수 있을까? 구한말 시도하였던 이 나라 저 나라 줄타기 외교로는 힘없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우주 강국인 일본, 중국, 러시아로 둘러싸인 비교적 힘없는 우리나라가 영토분쟁 끝에 또다시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왕과 온 나라가 도망가던 임진왜란 때와 같이 이순신 장군과 같은 영웅이 또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다.
15세기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으로 시작된 서구의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에 대한 식민지화 정책은 많은 민족과 국가에 눈물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21세기는 모든 국가와 민족에 혜택을 주는 우주 식민지화시대를 열었던 위대한 세기로 역사책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 우주 이용 독자적역량 키워야 -
그러나 모든 인류문명의 발달은 그 발달에 적응하여 잘 이용하였던 국가에는 은총이었지만, 그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졌던 국가엔 매우 가혹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당장 임진왜란 땐 우리에게 소총이 없었고, 구한말엔 선진 문물을 재빨리 받아들여 군대를 현대화한 일본에 우리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조국의 미래에 대해서 “넘치지 않는 군사력, 넘치지 않는 경제력, 그러나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국가”라는 비전을 가지셨다. 우리가 남을 침략하여 멸망시킬 만한 군사력은 갖추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계속 21세기에도 자주국방을 이룩한 독립국가로 남아있기 위해선 우주를 포함한 전쟁개념을 확립하여 유사시 우주를 독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을 차분히 키워야 할 것이다.
- 경향신문 2006년 5월 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