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권영준-양극화 해소는 稅政 개혁부터
< 양극화 해소는 稅政 개혁부터 >
---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영학 ---
국세청이 전문직을 포함한 고소득 자영업자 1차 세무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가 가히 충격적이다. 조사 대상 422명이 누락한 소득이 무려 3016억원에 달하며, 이는 자신들의 소득 중 56.9%에 달하는 금액을 탈루한 것이다. 기업가형 자산가 97명은 소득의 74%인 1인당 평균 6억원을 탈루했고, 전문직 자영업자는 42.8%, 기타 자영업자는 54%를 소득 신고에서 누락한 결과, 이번에 추징한 세금이 자진 납부한 세금의 1.7배에 이른다. 이처럼 빼돌려진 세금은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한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결국 이들의 총 자산은 최근 10년 사이에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부(富)의 양극화가 고질적인 불법 세금 탈루와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세정의가 무너지고 세정이 문란할 때 민심이 등을 돌려 결국은 정권의 위기가 초래하는 것임을 각성하고, 이제라도 조세징수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정개혁이 절실하다.
첫째, 일회적인 조치가 아니라 세무조사의 투명성·합리성·실효성 제고를 위한 국세 기본법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세무조사를 위한 각종 규정이 내부지침이어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그 조사 방법이나 대상 선정 기준 등 투명성이 결여된 상황이다. 금년 3월6일 국세청에서 인터넷을 통해 일부 세무조사 처리 규정을 공개했지만, 특정 소득탈루 집단 세무조사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규정의 신설과 공개가 필요하다. 이러한 세무조사에서 객관적인 잣대의 제시와 공개는 소득탈루를 단발적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소득신고 탈루자로 하여금 종전과는 달리 소득을 양성화하여 납부하도록 하는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
둘째, 조세범 처벌법의 엄격한 적용과 일벌백계의 예방적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으면 징벌적 성격으로 부과되는 가산세 세율을 대폭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산세 세율은 신고 불성실 세율이 누락신고분의 10%이며 납부 불성실 세율은 경과일수당 0.03%가 적용되고 있으나, 이는 적발가능 확률까지를 감안할 때 예상 처벌비용으로서의 징벌적 효과가 적기 때문에 일벌백계의 기능을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득탈루에 의한 예상 경제적 이익보다 처벌비용이 훨씬 크도록 함으로써 탈루 유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징벌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확한 과세 자료 인프라의 구축을 위해 세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공평하고 투명한 조세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정확한 과세자료 인프라의 구축이다. 그동안 신용카드 사용, 현금영수증 제도와 같이 여러 방법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국세청에서 소득·소비·재산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탈루 혐의를 포착해낸 것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이와 더불어 민간 시장의 시장가액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간이과세제도의 폐지 또는 대폭적 축소와 함께 부동산의 실거래가 신고가 법제화된 것처럼 자영업자의 소득을 시장거래가격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근본적 조치를 통해 과세기반의 정보를 정부에서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투명한 과세기반을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이다. 소득파악을 위한 인프라구축은 세금징수뿐 아니라 국민연금 및 의료보험 산정 등의 국가적 재정 및 보험 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끝으로, 소득에 따른 조세 형평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 국민적 신뢰를 받은 후에 추가 재원이 필요할 때 증세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해야 한다. 국민적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증세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해서 정국혼란만 가져올 위험이 많다.
[세계일보 200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