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권영준-제2롯데월드 건설 재검토하라
[시론] 제2롯데월드 건설 재검토하라
---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영학) ---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롯데쇼핑의 증시 상장으로 국내 최대 유통재벌의 위용을 과시하려던 롯데그룹이 국내 최고 112층의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듯하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창업자 신격호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서, 올해 84세의 고령인 신 회장이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한국에 최고급 6성급 호텔과 명품 쇼핑몰 등으로 고급스럽게 무장한 제2롯데월드를 건설하여 현재의 롯데월드 일대에 ‘세계적 관광 콤플렉스’로서 한국 최고의 랜드마크 타워를 하루빨리 완공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2롯데월드의 건설은 여러 면에서 무리수를 두면서 강행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첫째, 참여정부 들어서 온갖 부동산가격 억제정책을 내놓아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드디어 정부와 국회는 보유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8·31 대책을 입법화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송파 신도시 등의 불완전한 공급대책으로 강남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 정부부터 제2롯데월드는 잠실 일대의 부동산가격 폭등을 유발하는 심대한 충격을 주는 대형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2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제2롯데월드 건설안을 수정 가결하였다. 이에 따라 벌써 주공 5단지를 비롯한 잠실 일대 아파트들의 가격이 다시 치솟기 시작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양극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기업인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지만 언행의 불일치가 어제오늘의 행태가 아닌 것 같다.
둘째, 제2롯데월드 건설 시 예상되는 환경과 교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미 지역 환경단체들의 적극적인 반대성명에도 나타나 있듯이, 현재의 이 지역 교통 혼잡도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은커녕 초고층 쇼핑몰 등의 대형 교통유발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더욱이 국방부와 공군에서 성남비행장의 안전운항을 위협하지 않는 높이가 203m 이하라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이를 훨씬 초과하는 555m 높이인 112층의 건축은 결국 이 일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종국에 가서는 성남비행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켜 대신 아파트를 짓겠다는 일부 투기적 발상이 있는 정치인들의 속내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어 우려된다.
셋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정계, 법조계, 언론, 경찰 등 우리 사회의 주요 부문마다 손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로비력을 과시한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가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건설의 전직 대표가 윤씨에게 수천만원을 제공한 혐의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인데, 구태여 서울시가 나서서 이 사업과 관련한 건축계획을 서둘러 승인할 까닭이 무엇인지 국민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롯데 측과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므로 건물 신축이 주변에 끼칠 여러 가지 영향과 문제점들을 간과하지 말고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여 책임 있는 행정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가장 높은 건물을 짓는 기업인보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3월 3일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