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동정
한명남-2008 경희국토대장정 완주
▲한명남 (정외63, 총동문회 발전위원장)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14일간 재학생들과 함께 <2008 경희국토대장정> 행사에 참여하였다.
올해는 [오늘 우리의 작은 발걸음은, 내일의 울림이 되리라 - 자연과 함께하는 횡단]을 주제로 WALK(We Across Land of Korea)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으며 동해안 정동진을 출발하여 강릉, 진부, 봉평, 둔내, 횡성, 양평, 남양주를 거쳐 서울까지 총 299km를 걸었다.
*** 인터뷰 내용 ***
한여름 폭염속에서 40여 년 후배들과 함께 14일간 300Km의 국토대장정을 마친 한명남 총동문회 발전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 발전위원장님, 대장정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 아직도 대장정 기간을 생각하면 흥분이 됩니다. 대정정에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느꼈던 기대반 설레임 반의 기분이 가슴속에 맴돕니다. 처음 돌아왔을 때 새까맣게 탄 모습에 놀라워 하던 가족들도 이제는 적응이 되었나 봅니다. 열흘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전 40년 전으로 돌아가 대학생으로 지냈습니다.
* 처음 대장정을 떠난 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 제 나이가 올해 65세입니다. 60대 중반이 된 제가 대학생들과 국토대장정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들 말렸습니다. 집사람도 처음에는 극구로 말리며 '당신이 아직 청춘인 줄 아느냐'며 계속 말리더니만 결국엔 이것저것 챙기면서 잘하고 와야 한다고 격려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와 체력을 생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 십년 간 걷기와 달리기로 꾸준히 몸 관리를 해온 저는 20대에게도 뒤지지 않은 체력으로 30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장정을 통해 꾸준한 체력 관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 모교의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 젊은 경희인들에게 동문회 존재가 궁금하여 참여
* 모두들 그렇게 말리는데 끝까지 대장정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 학교가 서울과 국제 캠퍼스가 분리되고 각 캠퍼스 규모가 커지면서 이분화 되는 것이 염려되었는데, 이런 현상을 미연에 방지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양 캠퍼스가 합동행사를 자주 갖는 것이 좋겠다는 평소 생각이 있었습니다. 양 캠퍼스에서 이렇게 13박 14일간 함께 한다는 것 이상 좋은 방법이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때 동문회에서 참여하여 규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속 이런 유사한 행사를 다양하게 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는 기회를 내 나름대로 몰두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걸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참여하게 되었구요. 젊은 후배, 젊은 경희인 그들을 위해 동문회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에게 직접 들어보고 싶었구요.
* 사실, 학생들이 많이 불편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 학생들이 처음엔 웬 할아버지가 왔느냐는 반응이더니, 자꾸 괜찮으시냐고 묻고, 나중엔 "쌩쌩 하시네요"로 반응이 점차 인정하는 쪽으로 가더라구요. 처음엔 불청객일지 모르지만 후배들에게 동문회의 근황과 모교에 대한 기여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90년생 후배와 숙식을 같이하며 걷다 보니 걷기 3일째부터는 나이를 잊었고, 그것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똑같이 텐트를 치고 함께 걷고, 아이스크림 하나에 흡족해 하며 마냥 즐거웠습니다. 저는 14일간, 제 나이를 잊었습니다.
* 학생들이 선배님 대접은 잘 해주던가요?
- 음, 텐트를 혼자 쓴 것! 한 조가 좁은 텐트 안에서 잠을 청했는데, 저는 단독 텐트를 준비해 가서 14일간 편히 지냈죠. 텐트 생활은 나에겐 최고의 낭만의 세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그 낭만이 더해, 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정신없이 잤습니다.
코스를 마치고 하는 냉수욕이 하이라이트이었어요. 지하수 물로 뒤집어쓰면 심장이 얼어버릴 것 같은 데도 피곤이 한방에 날려가는 느낌이었기에 매일 오후가 기다려졌습니다. 학생들의 샤워시간이 3분이었지만 저는 5분을 씻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 민주적이 의사결정 모습이 보기 좋아..
젊은 기운들이 자연스럽고 예쁘게 보여. ---
* 대장정 기간 동안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텐데 생각의 차이를 느끼시진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 눈에 띄는 것은 모든 의사 결정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장과 조장, 대원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자율과 규율이 엄존하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모든 것이 민주적으로 각 조장들과 합의하에 운영되는 것이 보기 좋았고 스스로 뭐든지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 저 또한 얻는 것이 많았습니다. 솔직한 각자의 애정표현 모습이 좋아 보이고 예쁘게 보였습니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낭만을 곁들인 시간이었고 우리 때와는 다른 솔직하고 밝은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 대장정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면요?
- 대장정 삼일 째 대관령을 넘던 날이 기억에 남네요. 엄청난 폭우를 뚫고 우비를 뒤집어쓴 채 4시간 만에 대관령을 넘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오히려 빗길이 더운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시원한 느낌이랄까! 만약 폭염이었다면 많은 대원들이 탈진할 코스였어요. 맨발에 샌달을 신어 살점이 좀 달아났지만 스틱을 사용해서인지 가장 큰 걱정이었던 무릎 통증은 큰 무리없이 넘겼습니다.
* 유난히 힘들었던 점은요?
- 가장 큰 난관은 떠나기 전부터 들어왔던 물집! 발가락뿐 아니라 발바닥 전체까지 퍼진 물집이 잡혀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지만 실을 끼고, 큰 반창고를 붙이고 또 쉬는 시간마다 연신 파우더를 발라대며 며칠을 지내니 친근해지기까지 했습니다.
폭염 속에서의 강행군, 복잡한 도로 사정에 가끔 피로현상을 느꼈지만 '목적지가 코앞인데..'하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젊은 후배들과 어울리다 보니 기를 받아서인지 피곤을 모르고 14일을 지낸 것 같습니다. 제가 사회생활에 한창이던 8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에 태어난, 듣기에도 생소한 2000번대 학번을 가진 그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힘이 넘쳤고, 열정에 넘치는 그들의 모습에 저 또한 힘이 났습니다.
--- 국토대장정은 선택받은 경희인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 ---
* 대장정의 도착지인 모교가 보일 땐 어떤 기분이었는지?
- 출발에 앞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즐기며 걷자고 다짐했었는데 모두가 완주할 수 있도록 일조한 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마지막 날은 정말이지 단숨에 달려 본관 앞에 도착했습니다. 학교앞 삼거리에서부터 교문이 보이자 다들 어디서 그런 힘들이 났는지 대원들 사이에서 저 또한 즐거워하며 뛰었습니다. 본관이 보이며 완주를 하는 순간, 우리 모두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으로 모두 얼싸안고 괴성을 질렀습니다. 대원들이 서로 서로 '경희! 경희!'를 외치고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며 저 뿐 아니라 이 대장정에 함께한 후배들은 분명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선택받은 사람들임을 느꼈습니다.
* 마지막으로 동문 선후배님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인생을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사는게 아닐까 합니다. 저는 이번 대장정을 통해 건강과 즐거움 두 가지 모두를 잡았습니다. 신세대들과 함께 걷고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제 눈이 아닌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봤습니다. 그들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구성원 모두가 소통을 즐겼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경희의 미래는 물론 국가의 미래도 매우 든든하고 상쾌하였습니다.
그들과의 대화는 내내 유쾌했습니다. 또한 생활이나 생각에서 보이지 않던 경계를 넘어서서 또 다른 생각의 정립이 될 수 있었던 소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평생 저 가슴에 새길 소중한 재산이 될 것입니다.
--- 내 안에 있던 경계를 넘어서고, 학교에 대한 애정을 발산할 수 있는 경희국토대장정에 우리 경희동문 선후배님들도 내년에 한번 도전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