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현-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


동문특별강좌 곽상현-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

작성일 2013-07-23
▲곽상현(법학80)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필자는 21년간 판사생활을 마감하고 최근 변호사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면서 지인들로부터 판사와 변호사 생활 중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법조인은 법으로 먹고 산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판사와 변호사의 생활은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판사와 변호사는 같은 법정에서 일을 하면서도 판사는 법대 위에서, 변호사는 법대 아래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느끼고 있다. 막상 법대 위에 있을 때는 법대 위나 아래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법대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잘은 헤아리지 못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직접 법대 아래로 내려와보니 법대가 정말 높고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요즘 신문지상에서 갑과 을의 관계를 다룬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필자가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편의점 주인이 폐업 처리 과정에서 본사 직원과 마찰을 빚던 중 본사 직원이 보는 앞에서 자살을 기도하여 사망하였다’는 소식이 전하여 진다. 우리 사회가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을 이룬 대신 균형 있는 성장을 하지 못한 부작용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복잡해지고 물질만능이 우선시 되면서 갈등의 구조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자화상이라 생각된다. 이럴 때 일수록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는 그나마 갈등의 구조를 조금이라도 줄여 주는, 나와 다른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고 예의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