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다름이 틀린 것은 아니다.


동문기고 안호원칼럼-다름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작성일 2013-09-08
흔히 “이 식당 음식 맛은 어제 먹었던 식당 음식 맛과는 왜 이리 틀리지.” “같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어떻게 성격이 저렇게 틀린 건지 모르겠네.” 라는 소리를 곧잘 듣는 말이다.

말이나 글에 대해 다소 예민한 입장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예사롭게 넘어가지 못하고 약간의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틀림’과 ‘다름’에 대해 구별을 못하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르다’ 와 ‘틀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그 차이를 무시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듣는 사람마저도 이상한 느낌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점점 늘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 텔레비전을 보면 출연한 사람이 ‘틀리다’고 말한 경우에도 자막에는 ‘다르다’로 수정 되어 나오는 경우를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배구’와 ‘농구’ 중에 어느 것이 더 재미있느냐는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본적이 있다. 나름대로 단순한 취미에 불과한 것인데 마치 흑백논쟁을 하듯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때도 허전한 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되어진다. 어느 것이 더 재미있고 어느 것이 덜 하다는 것을 단정 지을 순 없다는 것이다.

또 한 예를 들자면 동성애 문제다. 엄밀히 따지자면 동성애자는 그냥 이성애자와 다른 것일 뿐인데 세상에서는 마치 도덕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위생적으로 ‘유해’한 것처럼 생각하며 설전을 벌리고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종교적, 윤리적 측면에서 질타를 하고 ‘정상적인’ 이성간의 결혼을 하여 자손을 낳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함으로서 인류의 재생산을 위협한다고 하고 심지어는 ‘변태적인’ 성행위를 일삼아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집단이라고 단죄하기도 한다.

그냥 세상에는 이성애가 있는 반면 또 한 쪽에는 동성애자도 있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면 모든 게 편하고 아무 문제도 없는데 굳이 이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다보니 시끄럽다. 초등학교 때가 또 생각난다. 그 시절 여선생님이 왼손잡이 학생에게 극언을 한 사실이 어렴풋 떠오른다. 남들이 다 오른손을 쓰는데 유독 왼손을 쓰느냐면서 그렇기 때문에 왼손잡이는 병신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선생님의 말씀은 맞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요즘에는 누가 왼손을 사용하던 오른 손을 사용하든 상관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그렇다. 한마디 하자면 장애인이라고 해도 이런 저런 사유로 몸이 불편할 뿐이지 그 이상의 이하도 아닌 특별한 사람은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을 정상인이라고 부르는 데 쉽게 익숙해져있다. 이를 다른 말로 지적하자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다른’ 사람이 아닌 ‘틀린’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장애인을 차별화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구분을 하면서도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을 모른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 늘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겸손함이 민주주의의 기초다. 대화와 타협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좌든 우든 전체주의는 한 가지 의견만 강요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언론을 보아도 똑같은 기사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한겨레 신문 사설이나 중아일보 사설을 보면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많은 독자들은 신문마다 사설이 틀리다는 말을 한다. 말과 글은 생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역으로 말과 글은 생각을 규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다르다’ 고 써야 할 때 ‘틀리다’라고 쓰는 것은 단순히 문법적인 착오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즉 ‘틀리다’를 오용ㆍ남용하다 보면 자신이 세운 기준에 어긋나는 것,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 자신이 모르는 것 등을 틀렸다고 단정 짓고 상대를 배척하고 세상을 흑백의 무색채로 보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나와는 서로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인정 해야만 한다. 그래서 서로가 이해하고 차이를 좁혀가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나 회사, 학교, 가정 등 많은 집단에서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해법을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모두자기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바라보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니 그 벌이진 틈이 좁혀질리 만무하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그 어디에서도 존재하지도 않고 찾을 수도 없다. 친 형제라도 성격도, 취향도 각기 다르다. 리더십도. 스타일도, 다르다 상대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또 진심으로 통한다.

그나마 성향이 비슷하면 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매우 불편할 수밖에는 없다. 자기주장만 하다보면 어느 하나도 일치점을 찾지 못하고 불만만 터트릴 뿐이다. 악순환만 거듭 하게 된다. 내 스타일을 너무 고집해서는 안 된다. 서로 간에 좋은 관계를 가지려면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해주고 진심을 다해 그들과 호흡을 함께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다른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