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 칼럼-야권연대는 유권자를 기만하고 무시한 야합
당 차원이든 후보개인의 차원이든 선거 막판 단일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악행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7.30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던 서울 동작을에서 새정치 민주연합과 정의당이 그들만의 행복한 단일화의 잔치를 치렀다.
이는 유권자(당원)선택권과 정당정치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추악하고 비열한 야합’ 이 아닐 수 없다. 서울 동작을에 광주에서 예비 후보로 있던 기동민 후보를 무리하게 전략공천한데 이어 광주 광산을에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논란이 끊기지 않고 있는 전직 수사관이었던 권은희를 전략공천 하며 유권자와 당원들의 선택권을 무시한 새정치연합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선거 후 반드시 유권자를 우습게 본 그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기동민 정략공천으로 수년간 동작을 지역을 다져왔던 허동준. 그래서 한 때는 심한 갈등을 보이면서도 지켜왔던 후보 자리다.
그런 그가 후보 사퇴를 당과 상의도 없이 혼자 결정했다고 한다. 앞서 후보 단일화 논의를 제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에게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되었기 때문에 당과 당이 논의가 있어야 한다’ 고 했는데 결국 당대당 논의는 또 한 번 유권자를 우롱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정치인으로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별다른 가책도 없이 말 바꾸기를 하는 선거 공학적 태도라면 문제가 크다고 본다. 더 심각한 것은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과 기동민 후보의 말만 믿고 새정치연합을 지지해왔던 유권자와 당원들의 당혹감이다.
더 더구나 제 1야당을 자처한 새정치연합이 후보를 내지 못한데 대해 자존감 마저 상했다고 울분을 터트린다. 한 유권자는 우리를 당과 후보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만 가는 바지저고리로 보는 모양이라며 투표 여부를 고심하기도 했다.
웃기는 것은 동작을에서 야권 후보단일화가 되면서 세 시간도 채 안되어 수원정(영통)에서도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사퇴하면서 그 바통을 새정치 연합에 넘겨주었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선거구를 주거니 받거니 식으로 야권 단일화를 꾀하며 어쩔 수 없는 양자대결 구도로 되었다.
아무리 미니 정당이라도 정강정책이 있는 법인데 상대 당만을 떨어트리기 위해 자신의 가치로 승부를 내려고 하지도 않고 양측 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지지 유권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오만 방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된다’ ‘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식의 미움과 부정의 나쁜 정치 문화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집권이나 당선 또는 세력 확장을 위해 정책과 이념이 다른 정치집단이 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상식에 부합하고 정당제도의 근간을 보호하며 선거판의 질서와 안정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선거를 바로 앞둔 직전에 뜬 구름 없이 후보들이 지역구를 나눠먹기식으로 하고 일단 공천을 받은 정당 후보들이 단일화를 통해 후보직을 사퇴하는 행위는 합리를 떠나 편법이자 정치 왜곡이며 유권자를 우습 게 보고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잘못된 편법은 지난 2010년 지방 선거 때부터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고 특히 야당이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은 대대적인 후보 단일화로 지역구를 나눠 먹기 식으로 하면서 각 당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에 재미를 본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 때는 아예 정책연대를 맺고 지역구를 나눠 실리를 취했다. 이념과 정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당 의석만을 겨냥, 공천권을 거래 한 것이다. 결국 통진당 이석기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로인해 통진당의 추파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에서의 연대에 부담을 느끼던 차, 이번에는 ‘당 대 당’이 아니 ‘후보 차원의 단일화’라는 편법을 쓰면서 또 한 번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
야권가의 한 지인은 “수도권의 경우 야권표가 분열될 수밖에 없어 어려운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단일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며 “ 야권이 단일화를 통해 박근혜 정부에 대항 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 선거에서 이기도록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또 한 야권 지인은 “아무리 선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만 당의 노선과 정체성까지 훼손하면서 단일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제 1야당을 자처하는 정당에서 수도권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당의 치욕” 이라고 당 수뇌부를 질타했다.
또 그는 “의석을 몇 석을 더 갖느냐 보다는 선거 후 당 지도부는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 이라며 후보를 내지 못한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생각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의식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 막바지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물고 늘어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앵무새가 되세기듯 한 똑같은 말을 번복해서 봇물 쏟아내듯 쏟아내고 있다. 얼마 전 문제인 의원이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 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머리가 쭈빗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때만 해도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서인지 조심스러워 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아예 유병언 사건까지 연관시켜 노골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세월호는 재난의 상처가 워낙 크고 깊어 7.30 재.보선의 쟁점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야당이 다른 민생처리안과 시급한 현안은 제쳐두고 법질서를 무너트리며 형평에도 맞지 않는 세월호 특별법만 고집하는 것처럼 이번 선거의 선택이 온통 박근혜정부 심판론과 정권 방어로만 귀결 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급기야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수원에 천막을 치고 천막 유세에 나섰다. 그만큼 당내 사정이 절박한 가보다. 안 대표가 서울동작을이 아닌 수원에 천막을 친 이유가 있다. 안 대표와 손학규는 사실 상 서로가 좋은 사이는 아니다.
6.4 지방 선거 때 후보 공천과정에서 손학규가 추천하는 후보를 배제하고 자신의 측근인 윤장현 부호를 낙점하면서 더욱 금이 갔다. 정치는 변화무쌍하다고 하지만 이제는 손학규가 안 대표의 명줄을 걸머쥐고 있는 실상이다. 좀 더 말한다면 손학규가 살면 안대표도 살고 손학규가 죽으면 안 대표도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원에 천막을 치고 먹고 자고 할 판이다. 최근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풍우동주’(風雨同舟)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폭풍우 속에 배를 탄 사이’ 라는 뜻이 담긴 격언이다. 지금이 바로 손학규와 안철수가 그런 관계다. 물론 선거가 끝나고 평정을 찾으면 또 다시 으르릉 거리며 물고 뜯겠지만 말이다.
근간에 여의도에서 떠도는 말이 하나있는데 ‘안하무인’ 이다. ‘뵈는 게 없다’(眼下無人)는 뜻도 되지만 ‘안철수에겐 사람이 없다’ (安下無人) 뜻이란다. 사실 안 대표가 처음 신당을 만들 때 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그를 지지했던 김종인. 윤여준. 최장집 같은 멘토그룹이 줄줄이 그를 떠났다. 광야 같이 냉혹하고 살벌한 야당에서 홀로 있는 지금의 안 대표 처지를 빗댄 말일 수도 있다. 자칫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지만 조기 전당대회 요구까지도 나올지 모른다. 기동민의 전략공천, 권은희의 보상공천 모두가 목에 걸린 생선 가시가 되어버렸다.
안 대표가 천막에서 먹고 자며 새누리당과 머리가 터지도록 싸우다가 당사에 돌아와도 선거 결과에 따라 안대표가 정말 ‘안하무인’의 상황에서 토사구팽 당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패장을 기다려 줄 사람 따위는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야당엔 없다.
김한길의 ‘한’ 안철수의 ‘철‘자. 그래서 두 사람의 이름 처럼 ’한 철‘ 뿐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 안철수의 말로가 그려진다. 특정세력에 반대하는 힘을 합치는 거라면 차리리 합당을하거나 후보가 그 당에입당하는 게 정도다. 다른 정당을 이기려는 이유만으로 다른 정당과 후보직을 놓고 흥정하는 건 정당의 기본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당 차원이든 후보개인의 차원이든 선거 막판 단일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악행이다. 그렇게 사퇴 할 거라면 아예 출마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7.30 재. 보선은 인물과 정당끼리 승부는 가려질지 몰라도 정책에선 이미 여야가 모두 패배한 선거가 되어버렸다.
이번 선거처럼 혁신도, 새 정치도 없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선거도 드물 것이다. 광주광산을도 그렇지만 이제 선택은 현명한 유권자 손에 달렸다. 투표장에 가기 직전 잠시 집에 배달된 후보자에 대해 정당과 정책을 따져보고 누가 그 지역을 위해 유익한 사람인가를 분별하는 똑똑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가 특권정당만 고집하고 지역타파를 하지 못하고 손가락질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나라 경제발전을 먼저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