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아무리 정 많은 국민이지만
배고플 때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 보인다. 그러나 배가 부르면 산해진미의 음식이 차려져 있어도 거들떠보기도 싫어진다. 밥상 위에 있는 음식은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일단 뱃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아무리 좋은 음식도 추하고 더러운 것이 된다. 이는 음식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그럴 수 있다.
남의 흉을 고발하고 비난하면 자신이 훌륭해지고 위대해지는 줄 아는 졸장부들을 혐오한다. 사색당파와 무수한 사화(士禍)를 겪은 우리 민족이 아닌가. 그런 불행이 바로 이 이간질, 비방, 모함, 중상모략 등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못된 근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여야가 서로 사랑 할 줄 모르고 헐뜯고 상호비방과 비난을 하며 고발 고소사태가 끊인 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정치 사회가 되다보니 국민의 가정생활도, 사회생활도 그렇게 물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독일의 프레데리크 대제(大帝)가 어느 날 베들린 시가를 지나가는데 벽에 누군가 대제의 얼굴을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그려 찢지 못하게 높이 붙여 놓았다. 시민들은 대제가 몹시 화를 내며 범인을 잡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제는 잠시 그림을 쳐다보고는 상스러운 비방의 글도 함께 있는 것을 알고도 신하에게 조용히 명령을 내렸다.
“모든 사람이 잘 보고 읽을 수 있도록 그림을 좀 더 낮게 달아놓아라” 그 한마디 말을 남기고 대제는 침착하게 자리를 떠나면서 반대파들의 나쁜 의도와는 달리 걸게 그림을 본 시민들은 대제에 대해 감탄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존경심을 다시금 갖게 됐다고 한다.
모세에 십계명에 ‘사람을 죽이지 말라’ 는 말은 살생은 물론 비방. 모함. 중상모략 등도 하지 말라는 내용이 다 포함 되어있는 것이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십계 판을 받은 수천 년 전에 이미 하늘이 원치 않는 내용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지방보궐선거를 향한 무리들이 설전에서 얼굴을 찡그릴 불쾌감과 함께 국가미래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 불교교리가 생각난다. 염라대왕 앞에 가서 재판을 받을 때 세상에서 남의 험담이나 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말만 뻔뻔하게 하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정치인과 지도자는 혀를 뽑아 버리는 벌을 받게 된다는 으스스한 이야기가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바른 말, 고운 말, 솔직한 말을 쓰도록 가르치고 있는데 귀감이 되어야 할 사회지도자나, 종교지도자, 국가의 최고지도자들, 지식인, 국회의원들의 언행은 초등학교 학생 수준에도 미달되는 정도로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 존경받는 지도자로서 정이 깃들고, 거짓 없이 예의가 담긴 언어구사로 상대편을 납득케 하는 지식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 거의 다 폭력 자, 거짓말쟁이가 된다. 혀가 뽑힐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자못 걱정이 된다.
국회의원들이 발언하는 말솜씨와 의도나 표정에서 국민들은 그 사람 됨됨이를 읽고 있다는 사실과 반드시 지켜보는 눈들이 있다는 것쯤은 느껴야 한다. 국회에서 시정잡배나 하는 손찌검과 주먹까지 불사하고, 던지고, 부수고, 국회가 아닌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나하고 심지어는 드러내놓고 친북경향으로 치솟으며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 무례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패망한 월남처럼 되지 않기를 내심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모 후보의 경우 천안 함 피격과 관련, 북한의 만행을 비난하기는커녕, UN본부에 원인제공을 한 현 정부를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 북한 만행을 규탄하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빈축을 산 단체의 임원이었다. 더구나 그는 반공국가인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철폐,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반미주의자다. 특히 청렴성을 강조하고 정치적단체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할 시민단체가 좌파단체와 촛불시위로 경제혼란을 가져왔던 단체에 국민들로부터 순수하게 모금된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고 심지어는 북한을 미화하는 듯한 왜곡 역사교과서를 집필, 국방부가 문제제기를 한 연구단체의 한 일원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후보자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검증과정에 대해 역사상 가장 추악한 네거티브 선거라고 몰아붙이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그는 과거 16대 총선 때 이런 네거티브 속성을 이용해 재미도 보고 영향력도 키운 장본인이 아니던가. 특히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에도 불구, 낙천. 낙선이란 검증 캠페인을 주도했던 장본인이란 점에서 이번 검증은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음을 알았어야 한다.
자신의 나쁜 전력이 드러나는 것은 생각지 않고 구태정치 운운 하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사회운동가인 그 후보가 토론회를 기피하는 모습도 보기에는 안 좋다. 결국 토론을 기피하는 것은 그만큼 후보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더욱 증폭 시키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인가? 자신이 한 것은 로맨스고 남이 한 것은 불륜이란 이중 잣대를 갖고 있는 그 후보의 반정부적 이념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차고 미래가 끔찍하다.
분명히 지적하지만 이 같은 검증은 흑색선전, 비방이 아니다. 사회운동가로 있을 때와는 달리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유권자로서는 당연히 그 같은 검증을 통해 후보자의 생각과 경력, 그리고 사상을 알아야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참신함을 자처했던 그 후보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는가? 대기업 기부금, 강남 60평 아파트 전세금, 고급 승용차, 도덕성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 것뿐이다. 유권자도 그렇다 무조건 한나라당이 싫으니까, 민주당을 비롯한 기존정당이 싫으니까, 다른 쪽을 찍는다?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나라가 망해도 아무나 찍을 것인가.
우리 여건 상 많은 표를 획득한 자가 당선이 되는 선거다. 아무리 기존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자질이 떨어지고 실망이 되더라도, 변화를 원한다 해도, 반국가적 사고와 반공을 거부하는 이념을 가진 사람을 서울 시장으로 뽑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정이 많은 우리 국민이지만 국가를 망하게 할 수 있는 자를 뽑을 수는 없다. 현명한 유권자의 판단이 국가 흥망을 좌우하는 심각한 때 임 을 알고 누구를 뽑아야 나라를 지킬 수 있는지 선택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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