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기종 - ‘희망의 6월’
[여의도 포럼―이기종] ‘희망의 6월’
이기종(정외71/ 23회, 경희대 교수·호텔관광대학장)
한국의 6월은 전쟁과 평화,분단과 통일,고난과 환희가 교차되면서 민족과 조국의 의미를 다시금 음미하게 한다. 호국의 달 6월을 맞아 전쟁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죽은 이를 위한 진혼곡’을 뜻하는 레퀴엠이 다른 어떤 해보다 많이 울려퍼질 것이라고 한국 음악계는 전망하고 있다.
자꾸만 그 의미가 잊혀져가는 현충일은 조국의 영광을 위해 산화한 이들을 기리는 날이다. 이들의 절규와 희생 위에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 반열에 오를 날을 눈앞에 두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6·25전쟁은 원인이 어떠하든 있어서는 안 될 동족상잔의 가슴 아픈 전쟁이었다. 한반도 분단 상황을 민족의 지혜를 모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무력에 호소한 전쟁 도발 당사자는 깊은 성찰을 통해 역사 앞에 사죄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민족의 새로운 화해와 평화의 싹이 힘차게 솟아날 것이다.
전쟁 이후 50년만인 2000년,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이 나왔다. 그러나 그 이전의 남북기본합의서가 북한 영변 핵시설 문제로 유야무야 됐듯이 6·15 공동선언 역시 북한의 핵 보유선언과 6자회담 지연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실현되지 않았고,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 염원도 좌절된 상태다.
6·25의 초연이 지나가고 반세기가 흐른 21세기에 들어와 정치·군사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핵 6자회담,경제·사회적으론 금강산 관광 활성화,개성공단 가동 등으로 냉전체제를 화해협력 체제로 전환하는 해빙의 물꼬가 터지고 있으나 민족의 여망인 한반도 평화통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최근 국제평화단체 브레이킹 디 아이스(Breaking the ice)는 이라크전 3주년을 맞아 적대진영의 각계 인물이 망라된 ‘평화의 캐러밴’을 조직해 사하라사막 횡단모험을 추진하며 중동평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이 단체 회장 헤르겔 나타니엘은 “내년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지역인 한반도에서 평화의 캐러밴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한반도에서도 남북한 각계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한라에서 백두까지 국토를 종단하는 평화순례관광단이 조직되고,비무장지대(DMZ)가 세계적인 평화관광특구로 설정되는 등 남북 화해협력 및 평화통일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요한 갈퉁이 평화를 두 가지 종류로 분류했듯 한반도 평화는 단순히 남북간 전쟁이나 갈등관계의 부재를 의미하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라 통일된 민족공동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구성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민주복지 평화통일국가를 실현할 적극적 의미의 개념이 돼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외치는 월드컵 축구대회가 시작된다. 6·25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은 숱한 시련을 딛고 피와 땀과 눈물로 다시 일어섰고,2002년 6월 월드컵 4강에 환호했다. 이제 한국의 6월은 6·25 전쟁의 아픔과 절규가 아닌 월드컵 4강 위업이 재현되고,6·15 공동선언의 결실로 평화통일 초석이 세워지고,21세기 선진강국으로의 도약 함성이 열매맺는 달이 되기를 고대한다.
- 국민일보 2006년 6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