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성근 - 부동산 버블논쟁에 앞서
[시론] 부동산 버블논쟁에 앞서
이성근 (임학73/ 25회, 경희대 교수·부동산학)
부동산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35차례의 대책을 발표하였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인가. 2005년 8·31 종합대책 발표 이후 2006년 3·30 대책을 발표하였으나 강남의 집값이 정부가 의도한 정책대로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새롭게 강화된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의 새로운 ‘버블 세븐’이라는 경고성 발표 이후, 계속적인 정부 고위관료들의 섣부른 버블 붕괴 우려 발언으로 부동산 시장은 매우 혼란스럽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중자금 유입 아파트값 거품-
일본의 버블 붕괴를 하나의 교훈적인 자료로 삼아 두 나라의 차이가 무엇인지 진단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자. 유사점으로는 정책적인 면에서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확대한 것이다. 그런데 담보대출 인정비율이 일본은 12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0%에서 점차 낮아져 현재 40% 대출을 하고 있다. 일본은 버블 대상이 오피스용 토지였고, 반면 우리나라는 특정지역의 아파트이고, 일본은 버블 주체가 법인(중소부동산업자)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가계임에 주의해야 한다. 당시 일본의 버블 수준은 한국의 현재 수준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 예로 일본은 1986~1991년까지 6대 도시 평균지가가 3.07배 상승했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된 이후 붕괴하였고, 우리나라의 경우 2002·1~2006·4월 현재 전국주택지수는 25.0%, 강남지역 아파트는 74.9% 상승했다.
왜 우리나라의 아파트 거품이 사라지지 않을까.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는 시중에 풀린 2백조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과 4백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지역균형발전의 개발정책에 따른 토지보상비가 2005년 17조원, 앞으로 매년 3년간 약 19조원의 보상비가 풀리게 되고, 이러한 거액의 돈이 특별한 투자처가 없으면 다시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강남의 집값 안정에 치중한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세제 강화와 버블 발언이 과연 지방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면밀하게 재검토돼야 한다. 정책 담당자가 지방에서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각종 규제와 양도세 중과조치로 집값 정체 및 매매 단절이 분양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제 강화로 강남의 부동산 가격 안정을 기대하는 정부정책에 찬성하기 힘들다. 3월 재경부의 조사에 의하면 강남 전입자의 80%가 실수요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강남 아파트 가격을 20~30% 떨어뜨려야 거품이 빠진다고 한다. 부동산값 하락 순서는 우선 토지, 지방 아파트, 수도권, 서울 비강남, 강남 순으로 떨어진다. 강남의 교육 및 주거환경이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 탄력적인 주택공급과 더불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인위적인 정부개입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
-양도세 유예부과등 시도할만-
버블논쟁은 학자나 전문가의 몫으로 남기고, 정부는 강남지역 등의 부동산 가격문제가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맞게 충격을 완화하는 대안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예컨대, 거래활성화를 위해서는 양도세 유예 부과방법을 시도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처럼 현재 살고 있던 집에서 새 집으로 이사할 때 가격의 차익만큼 양도세를 부과하고, 보다 비싼 집으로 이사할 경우 일정 기간 후 세금을 정산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시장기능이 보다 회복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정책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토지시장과 주택시장의 불법거래 단속을 위해 정부가 시도하는 ‘토파라치’의 포상금 제도,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보다는 부동산거래시 중도금과 잔금을 수표로 사용하게 하면 자금추적 및 투명성에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 경향신문 2006년 5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