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 버블붕괴 경고 괜찮은가


동문기고 권영준 - 버블붕괴 경고 괜찮은가

작성일 2006-09-16

[시론]버블붕괴 경고 괜찮은가

권영준 (경희대교수·경영학) 
 
최근 청와대는 ‘버블 세븐’이라는 문제의 부동산 급등 지역을 지명한 후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경고하였다. 물론 정부 측에서는 10·29, 8·31, 3·30 등 세제 중심의 부동산대책을 통해서도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언론을 통한 국민의 심리 안정 정책도 효과가 없자, 급기야 새로운 방법인 심리전을 통해 대국민 설득 내지 일종의 위협 수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문제는 청와대와 재경부, 건교부에서 이구동성으로 내놓은 ‘버블 붕괴’라는 위협적 담론이 마침내 한국은행에 정책적 신호로 전달되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나타난다면, 유가 인상과 환율 하락으로 다시 멍들어 가는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복합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미 수출이 사상 최대였는데도 내수 부진으로 경제성장이 침체했던 2003년과 2004년에 정부 의지에 동조해 4.25%였던 콜금리를 네 번에 걸쳐 낮춤으로써 결국 사상 최저 금리인 3.25%로 화답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시에는 금리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 투자나 소비가 활성화되었다는 조짐은 없고, 오히려 부동산과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가격을 더욱 상승시키는 과잉 단기 유동성만 증대되었다.

물론 신임 한은 총재는 전임자와 달리 평생을 통화금융 전문가로서 소신을 보여 왔기에 정부의 ‘버블붕괴론’에 쉽게 동조해서 급격한 금리 인상을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버블세븐’이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정부가 원했던 부동산가격 안정이라는 구두개입적 정책 효과보다는 집값 폭락이 몰고 올 금융 재앙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실상 이번 일은 애초에 버블붕괴론이라는 거시적 충격이 큰 담론보다는 8·31, 3·30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이유가 무엇인지 미시적 진단과 처방을 택했어야 옳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약 3조2000억원이 급증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는 바, 이는 3·30 대책으로 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DTI)의 규제로 대출을 억제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경쟁적으로 대출 늘리기에 급급했다는 것인데, 더 큰 문제는 금융감독 당국의 일벌백계의 의지가 없어 아직도 영업 현장에서는 금융정책의 유효성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주택대출시장은 거액이면서 3년 미만이고, 상환 능력보다는 담보만 믿고 하는 대출 위주이다. 이는 미국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철저히 규제하는 일종의 약탈적 대출 내지 가계를 부실화시키는 위험스런 대출로 분류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아직도 법 제정 취지의 현실적 문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 완화 등의 주장을 통한 논란의 소지를 일으키는 것보다 훨씬 더 시급한 주택대출시장 선진화에 매진하여 200조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기여해야 한다.

작년 말로 우리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선진국의 금융부채 비율이 20∼30%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 문제가 심각함을 나타낸다. 따라서 만약에 정부가 경고하는 것처럼 부동산 거품이 터질 때에는 막차 탄 부동산 구매자만 당하는 것이 아니고 대형 금융부실로 연계되므로, 지금이라도 정부는 버블붕괴론의 위협보다는 부동산 정책의 유효성이 낮은 이유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미시적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세계일보 2006년 5월 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