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잔 - [한국에서 보니]피부색에 따른 편견 사라졌으면


동문기고 굴잔 - [한국에서 보니]피부색에 따른 편견 사라졌으면

작성일 2006-09-10
[한국에서 보니]피부색에 따른 편견 사라졌으면

굴잔 (카자흐스탄 인. 경희대대학원 재학)

내가 처음 한국땅을 밟은 것은 6년 전이다. 그때는 내게 한국의 문화 하나하나가 무척 생소했다. 그 중 공항에 내려서 어느 곳을 가도 만날 때마다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사람들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에서도 이렇게 정감을 느끼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또 손꼽아 보자면 한국 사람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이다. 첫 학기 말쯤이었다. 종강 파티에 갔는데 식사 도중 학생들이 밖에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화장실을 오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주 다니는지 이상하게 여겨져 나가 보았더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추운 날씨에 밖에서 피우는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버릇이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함께 피우는 것이 일상적으로 되어 있다.

이외에도 성인이 되면 술 마시는 방법을 아버지로부터 처음 배운다는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다. 내 고향에서는 젊은이들, 특히 학생들은 부모나 교수 앞에서는 절대 술잔을 들면 안 된다. 그런데 몸에도 좋지 않고 마시면 실수하기 쉬운 술을 왜 아버지가 자식에게 가르쳐 주는지 의문스러웠는데 한국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 어른 앞에서는 두 손으로 잔을 받고 따르며, 마실 때는 고개를 지그시 옆으로 돌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어른 앞에서 술잔을 드는 행동이 지금은 다소 자유로워졌으나 엄격히 규제해온 내 고향의 풍습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카자흐스탄 조상은 본래 유목민으로 낙타·말·소 등의 젖을 짜 발효시켜 마셨다. 그런데 지금의 술은 예전처럼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간단히 만들어 누구나 즐기고 마시는 음료처럼 되었다.

한국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좋은 이미지를 얻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백인에겐 아무렇지 않게 대하지만 흑인이나 동남아시아·고려인들에게는 조금 냉소적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외국인을 보는 시선이다. 왜 백인을 제외한 인종에겐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반면 백인을 보면 영어로 말을 걸며 더 많이 신경을 쓴다. 나는 한국인처럼 생겼다. 그래서 가끔 혼자 있을 때 내 외모가 외국인처럼 생기지 않아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국적으로 생긴 친구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물론 대다수가 피부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지는 않다고 본다. 일반적인 편견을 버리고 모든 외국인을 똑같이 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구는 하나이고,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바라건대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피부색에 따른 차별도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 세계일보 2006년 5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