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안-포도주에 담긴 기업 경영


동문기고 박기안-포도주에 담긴 기업 경영

작성일 2007-06-14

[경영에세이] 포도주에 담긴 기업 경영
 
- 박기안 / 경희대 경영대학원장 - 

유럽의 오래된 대학에서는 학기 초가 되면 전통적으로 포도 수확기 행사가 열려 많은 학생들이 포도주를 선별하고 맛을 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포도주를 품평하는 안목을 기르는 이외에도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자의 책임과 노력 그리고 장인적인 기질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써 이보다 더 좋은 행사는 없다고 본다.

포도주는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 지향적인 노력의 결정체로 이뤄진 전형적 산물이다.

좋은 포도주를 정성껏 빚어내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실제에 있어서 지루하고 복잡한 하나의 과정인데 이런 과정에서 제품 품질의 우수성은 발효할 때의 화학적 과정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나타난 제조업자의 정성에 좌우된다고 한다.

포도주를 만들 수 있는 포도의 종류는 약 8000여개의 다양한 품종이 있는데 이 중에서 약 50가지의 포도에서만 일급의 우수한 포도주가 생산될 수 있다고 한다.

백포도는 노란색에서 초록색까지 여러 가지가 있고 청포도는 붉은색에서 흑청색에 이르기까지 퍽 다양하다.

붉은 포도주나 장밋빛 포도주의 원료는 청포도로, 포도껍질에서 포도주의 색채가 나온다.

백포도주의 원료는 청포도와 백포도인데 포도껍질을 발효 전에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좋은 포도주를 만드는 포도가 재배되는 토양이 사실상 뛰어난 토질의 땅만은 아니라고 한다.

프랑스의 샴페인을 산출하는 땅은 석회질이 많고, 독일의 유명한 포도주 재배지인 모젤강 계곡은 편암질 토양이다.

심지어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은 자갈, 모래 및 점토질의 토양이다.

또한 같은 지역의 토양 위에서도 같은 품질의 포도주가 제조된단 장담은 아무도 못한다.

다시 말하자면 포도주의 품질은 우선적으로 장인정신의 전통화와 이에 따라 가업으로 대를 이어온 직업에서의 신용과 전통 속에 다져진 기술 축적에 좌우된다.

기업 전통으로 내려온 기술의 세대적 축적과 노력은 제품 생산에 있어서 제품 자체를 만드는 과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도주는 참나무 통에서 발효가 시작될 때부터 병에 담길 때까지 머물게 되므로 참나무 통의 질에 따라 성숙 및 혼합 과정이 근본적으로 좌우된다.

따라서 나무통이나 병에 담긴 후에 병마개가 되는 코르크 마개에도 많은 손질이 간다.

코르크 마개는 건조한 상태로 있으면 병 속에 공기를 여과시키므로 포도주가 식초로 변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런 상태를 막기 위해 포도주병을 뉘어서 보관함으로써 코르크 마개가 항상 포도주에 젖어있도록 하는 것이다.

포도주 잔에도 포도주 양조업자의 입김이 스며든다.

포도주 잔은 손잡이가 긴 것, 짧은 것, 튤립형의 큰 것과 가늘고 긴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포도주 잔의 속성은 우선 손잡이가 꼭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손바닥을 통한 체온이 와인의 온도나 방향(芳香)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포도주의 제조 과정에서 보듯이 제품의 속성을 이루는 단편적인 일에서부터 정성과 노력이 깃들여져야만 하나의 품질을 소비자의 가슴속에 심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이란 수요자가 얻거나 얻고자 기대하는 만족도 혹은 사용가치를 뜻하므로 제품의 품질은 특정 목적에 적합한 정도를 말한다.

따라서 기업이 유한하지 않고 계속 존재하기 위해선 이처럼 여러 단계에 관여하는 모든 종사자들이 각 과정에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기업 활동이나 그에 따른 현상이 바로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일반화된 국제 경영 환경에서 추구되는 기업의 책임이다.

[매경이코노미 2007-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