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눈물 아직도 흐르는데


동문기고 통한의 눈물 아직도 흐르는데

작성일 2007-06-08
<안호원의 목요칼럼>
痛恨의 눈물, 아직도 흐르는데… 
안호원 news@pharmstoday.com 

 
6월 6일은 현충일이다. 이 날은 조국을 지키다 고귀한 자기 목숨을 희생의 제물로 바친 애국선열과 전몰 장병의 숭고한 호국 정신을 추모하는 날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일 것이다.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도 없는 그런 귀하고 소중한 것이 인간의 생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7년 전 수많은 젊은이들의 붉은 피로 온 산하(山河)를 적시며 조국을 지켰다. 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던져버렸던 것이다. 아무 조건도 없이 내 부모 형제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삶이 있는데 자기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조국을 배반하는 매국노가 있는가 하면, 이 것도 저것도 아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는 삶이 있다. 그런가 하면 자기의 조국이 망해가는 것을 두 눈뜨고 보다 못해 자기 자신의 고귀한 생명, 재산, 가족까지도 버리는 의인, 애국·애족의 고귀한 삶도 있다.

희랍의 철인 플라톤은 "인간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조국을 위해서도 태어났다"고 했다. 이는 개개인과 조국과의 관계가 불가분적, 숙명론적 관계임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나라가 망하면 국민은 자연히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역사를 한번 되짚어보면 그 같은 사실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연개소문이 죽은 후의 고구려, 백제의 의자왕과 결사대의 계백장군, 신라의 화랑, 한 나라의 지도자의 잘못으로 나라를 잃고 많은 백성들은 노예가 되어 비참한 삶을 살게 된 것을 우리는 보았다.

화랑도의 정신으로 삼국을 통일했던 신라 역시 기원 후 935년 천년사직이 하루아침에 풍부박산 되어 경순왕이 고려 왕건에게 항복하고 금지옥엽의 태자는 베옷을 입고 금강산에 들어가 풀뿌리로 연명하다 죽었다는 사실도 안다.

곤룡포를 입고 용상에서 온갖 호사를 부릴 수 있는 권좌에서 망국의 비극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며 죽어갔다. 그 까닭은 나라를 잃고 백성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나라가 망하는 것인가? 그것은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라와 백성은 안중에도 없는 매국노가 있어서다. 애국자가 없고 매국노가 많아지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

왜 조선이 망해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명성황후를 비참하게 죽게 만들었겠는가? 이는 500년 동안 궁중에서 골육상쟁, 궁 밖에서는 사대부들이 당쟁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많은 위기를 넘기고 조선왕조가 500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은 청사(靑史)에 이름을 남기는 것을 다시없는 영예로 생각하며 역사에 오명(汚名)을 남기는 것을 가장 수치로 여겼고, 당시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의 심판관을 의식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경에 "만일 서로 싸우면 피차 멸망당하니 조심하라" 한 말씀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우리나라는 6.25의 통한을 겪은 나라이다. 동족끼리 죽이고 때려부수면서 남북이 갈라지고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 국군은 물론, 유엔군까지 목숨을 초개같이 버렸다. 그래서 현충일도 생겼다.

다시는 이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발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희망이 그렇다. 평화적인 남북통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에서는 아직도 핵미사일, 그리고 대남 적화야욕, 남파간첩 등의 방법을 시도하고 때로는 함정이 영해를 침범하고 있어 언제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지 불안하기만 하다.

다수의 국민들은 그러할진데 개 같은 정치를 하는 일부 정치가나 유효기간이 지난 노(老) 정치가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파당을 일삼으며 북한을 두둔하는 망발을 하면서 무조건 퍼주기를 권하고 있다.

특히 유효기간이 만료된 모 정치가는 아직도 '푼수 정치'로 친북경향의 색채를 띄고 개버릇 남 못주고 여전히 분열을 조장시키고 있다. 또한 그동안 비자금 명목으로 착취한 자기돈은 움켜쥐고 있으면서 국민이 낸 세금을 북에다 주어야 한다고 억지 소리를 낸다.

더욱 한심한 것은 아직도 그 아픔의 흔적이 남아 있고 유가족들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데도 소위 대권주자로 자처하는 일부 정치가들이 파벌을 일삼으며 그 노인을 찾아 눈 도장을 찍고 우리의 원수인 김정일을 만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최근 '국기에 대한 맹세'문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하는 문구는 군부독재 시대의 잔재이므로 민주화 시대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 문구 수정은 옳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반공을 국시로 한 휴전국임을 알아야 한다.군부독재 시대의 잔재를 지적하기에 앞서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국가관이 없어지는 현 시점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

이 땅에 공산당이 사라지고 평화적인 조국통일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존속시켜야 한다. 나는 비록 죽어 사라져도 국가와 민족은 영원하기 때문에 그 영원성을 위해 희생을 한 순국영령의 호국정신을 교훈으로 삼고 추모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실상이 1975년 공산화된 월남과 비슷한 것 같다. 당시 월남에는 미국군, 한국군이 용맹을 떨쳤지만 부정부패 비리의 공무원이 많았고, 또 미군철수,국민들의 이념도 분열되어 공산화를 부추겼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을 때다.

원수를 용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식을 생각한다면 기성인 모두는 정신을 차리고 6월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계가 흔들리다 보니 오죽하면 이 나라에는 대남간첩 수만명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도 떠돌 정도다.공산당이 어떤지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가가 있어야 민족이 있고, 국민이 있는 법이다. 과거 일본에는 나라를 팔아먹었다지만 지금은 피를 뿌려 지킨 금수강산을 빼앗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올해 말 대선을 치르면서 이 나라를 이끌고 나갈 새로운 지도자를 국민이 결정한다. 수많은 국군과 유엔군이 피를 흘려 지키고 가꾼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사람이 누군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선택을 해야 한다.

박제화된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폭 넓은 시야와 자유로운 상상력의 비전으로 우리의 앞길을 앞장서 헤쳐나갈 새로운 리더십을 시대와 국민은 고대하고 있다.

57년 전 이 땅에 뿌려진 젊은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 이 나라가 적敵)과 대치된 휴전중인 나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