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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공연문화도 새 단장되어야
공연문화도 새 단장되어야
- 김동언 /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
지난 11일, 경기필하모닉의 오프닝 공연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 ‘재개관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올해로 개관 16년, 바야흐로 청년기에 접어든 경기도문화의전당은 경기지역 종합문화시설들의 맏형 격으로 문화예술분야 발전에 진력해 왔으며 청년기로 접어든 지금, 불편하고 낙후했던 시설들을 손보아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새 단장은 관객 편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대공연장 입구와 로비, 공연 시작 전에 간단하게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등이 우아하고 산뜻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고, 공연 중에 어린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쾌적한 어린이 놀이방도 마련되었다.
특별히 눈길이 가는 곳은 문화의전당 앞 광장의 공원화 사업이다. 그동안 썰렁하게 빈 공간으로 방치되었던 넓은 옥외 공간은 이제 언제나, 누구나 찾아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지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전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리모델링’이니 ‘리노베이션’이니 하는 하드웨어의 새 단장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재출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하겠다. 새로운 면모로 청년기의 활기찬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전당의 미래를 그려보면서, 오늘의 새 단장이 건물이나 시설물이라는 하드웨어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간 공격적인 성장정책에 발맞추어 모든 국가정책의 화두는 두말할 것 없이 ‘경제’였다. 하기야 먹고사는 일이 사람 사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 그래서 문화적 가치는 늘 뒷자리에 머무르면서 변변히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근근이 연명을 해 온 셈이다.
그나마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전국 각 지역의 문화기반시설 건립이 추진되어 현재는 전국에 문화예술회관만 130여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도 수십 개가 건립 중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공연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창작의 마당이 많아진다는 측면에서는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며, 20년 전과 비교하여 사뭇 발전한 이 현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위해 압축적으로 정신없이 발전의 구동축을 몰아오면서 이런저런 부작용들이 뒤따랐던 것처럼, 문화예술 역시 다른 분야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서로 앞을 다투듯 건립된 문화예술회관들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가 심각한 현실 문제로 성큼 다가선다.
건물만 덜렁 있지 이 건물 안에 담아야 할 관객과 소프트웨어는 너무나도 형편없다는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덩치 크고 외관만 근사한 수영장 하나 덜렁 지어놓고는 제대로 된 운영 프로그램이나 훌륭한 지도자 하나 없이 박태환 같은 대단한 선수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예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개관 당시에만 반짝 예산을 들여 이목을 끌어 놓고는 지속적인 기획 운영 능력이 없어 관객도, 공연거리도 점점 줄어들어 일반 영화나 상영하는 문화예술회관들이 속출하는 현실 속에서 전국 균질의 공연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공연계의 내실을 다질 공연문화에 대한 새 단장을 시작할 때다.
[중부일보 2007-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