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원-명화로 보는 논술-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동문기고 최혜원-명화로 보는 논술-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작성일 2007-06-04

명화로 보는 논술-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여인의 미소속에서 르네상스 아름다움 찾다
명화로 보는 논술-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 최혜원 /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경희대 강사 -


1천년 암흑의 중세시대를 지내고 등장한 최초의 누드화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맨 먼저 그리스시대의 대리석 조각인 ‘밀로의 비너스’를 떠올리게 된다. 8등신 대리석 조각인 ‘밀로의 비너스’는 그리스 남동부에 위치한 ‘밀로스’라는 섬에서 1820년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BC 2세기에서 BC 1세기 초 사이 작품이라는 것 외엔 밝혀지지 않았다. 이 비너스 조각상은 신체적 비례와 균형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어왔다.

이후 수많은 미술가들에 의해 비너스가 태어났지만 르네상스 미술의 정점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걸출한 화가인 산드로 보티첼리(1444∼1510)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그림>은 그 제목이 시사하듯 1천년 암흑의 중세시대를 지내고 등장한 최초의 누드화이면서 비너스 그림의 효시처럼 인식되고 있다. 비너스의 탄생’은 당대 최고의 귀족가문인 메디치가의 귀족 ‘로렌초 디 피에르 프란체스코 데 메디치’가 자신의 결혼을 기념하여 주문하여 제작된 그림이다. 이 그림은 키프로스 섬 근해의 바다 거품 속에서 비너스가 탄생하였다는 그리스 신화 내용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의 내용은 당시 시인이었던 ‘폴리티누스’가 이 가문의 시인이자 예술가들의 후원자였던 ‘줄리앙 데 메디치’를 위해 지은 시 ‘비너스의 왕국’을 토대로 하였는데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유례된 것이다. 르네상스 이전시대, 즉 중세시대 작품들의 주제가 대부분 경직된 성서위주였다면 르네상스시대부터는 다시 고대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나왔으며 이는 서양문명의 정신적 고향인 그리스 고대 정신이 새롭게 부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사랑과 미의 여신인 비너스는 푸른 바다의 거품으로부터 태어나 조개를 타고 바다 위에 서 있고, 그림의 왼쪽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그의 연인 플로라가 있는데 제피로스는 비너스를 향해 바람을 일으켜 해안으로 이끌고 있다. 그림의 오른쪽은 키프로스 섬의 해안 쪽 육지에서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겉옷을 입혀주기 위해 비너스를 맞이하고 있다. ‘비너스(Venus)’는 로마식 표기를 영어식으로 읽은 것이며 그 뜻은 로마어로 ‘매력’을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의 딸로 ‘아프로디테(Aphrodite)’라고 불리는데 그 뜻은 ‘포말(거품)에서 태어난 여자’라는 의미다. 그림의 왼쪽의 바람을 불어주고 있는 남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이며 그 옆에 안겨 있는 여인은 꽃의 여신 ‘플로라’이다. 제피로스는 그녀에게 그녀가 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이 꽃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을 주었다. 그림에서도 보면 비너스 옆으로 꽃들이 떨어지고 있다. 그림 왼쪽 부부와는 달리 오른쪽 육지에 서 있는 날개가 없는 여인은 ‘호라이’라는 과실나무의 요정이다. 수레국화문양의 옷을 입고 다소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는 시간을 상징하는 데이지 문양의 겉옷을 비너스에게 막 입히려고 하는 순간에 있다. 호라이가 상징하는 것이 순수와 순결, 고고함이니 이는 곧 처녀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르네상스시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의 미소에서 사람들은 르네상스의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보여주는 청순하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미소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보티첼리는 꿈속에서 방금 깨어난듯한 비너스의 모습을 섬세하고 감미로운 색조로 표현하였는데, 모델은 당시 피렌체 최고의 미인이었던 시모네타로 전해지고 있다. 시모네타는 겨우 16살에 폐결핵으로 죽었다고 하는데 ‘비너스의 탄생’은 시모네타가 폐결핵으로 죽은 후 보티첼리가 메디치가의 주문을 받아 그려진 그녀의 초상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조선일보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