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안-디자인의 새로운 인식


동문기고 박기안-디자인의 새로운 인식

작성일 2007-05-28

[경영에세이] 디자인의 새로운 인식
 
- 박기안 경희대 경영대학원장 -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관광이나 유학 및 연수를 위해 쓴 돈이 152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 서비스 수지 적자가 상품수지 흑자의 3분의 2에 달해 외국에 물건을 팔아서 남긴 외화 중 해외여행이나 유학경비로 많은 부분을 사용한 셈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보다 안락한 환경과 함께 보다 많은 여가 시간을 원하고, 또는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 한다.

따라서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그에 걸맞은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외화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불어나는 외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지닌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이의 관건이 된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엥겔지수가 낮아지면 가치 개념이 바뀌게 된다.

상품은 상품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품과 관련된 외형변수, 디자인, 색상, 형태, 상표 등에서 가치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교우위에 있는 가치를 창조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우수한 기능과 품질을 가진 제품생산에 기업전략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가 통합 제공되는 경험 가치가 중요한 전략수단이 됐다.

더구나 정보 공유화 현상이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기업 간 비교우위 격차가 줄어든다.

따라서 제품의 동질성이 급속히 확산돼, 제품 자체에 의한 차별화에 한계가 생긴다.

따라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이미지 제고 전략은 R&D 이외에 브랜드나 디자인분야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기술이다.

모방하기 곤란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의 역할이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자인은 시각에만 호소하여 제품의 객관적 속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디자인은 제품의 객관적인 기능과 품질을 표현하고 강조하는 수단이기보다 제품을 통해 구현되는 이미지를 표출하는 수단이 되었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가전제품들을 보면, 앞선 기술의 바탕 위에 다양한 색상 및 무늬로 패션개념까지 접목한 디자인이 두드러진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의 경우에는 다기능적 속성 외에 세련된 색상 및 디자인이나 아담한 크기 등이 제품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속성이 되고 있다.

차별화를 꾀한 제품을 통해 디자인에서의 개성화, 새로움 추구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움을 추구한 제품, 즉 앙드레 김의 디자인이 가미된 냉장고 등은 기능보다는 개성과 기존의 가치관과는 다른 새로움을 추구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롭다는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기호성을 갖게 되어, 제품 선호를 일으키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또한 디자인 그 자체만으로도 상표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경우라든가 사운드 디자인, 촉감 디자인 등 소비자의 오감 충족이라는 명제 하에 하이테크 못지않게 하이터치를 가미한 디자인도 있다.

프라다 상표와 결합한 휴대전화, 훈민정음의 디자인이 표시된 가전제품 등은 디자인과 브랜드의차별화 내지는 통합화가 어우러져서 나타난 전략이다.

과거 워크맨이 상품화를 통해 이동과 휴대가 간편하도록 소형화, 경량화를 실현시킨 대표적인 제품이었던 것처럼 다양한 디자인은 이제 제품 내지는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무기로 다가오고 있다.

성공적인 제품디자인 개발은 무엇보다 시대적인 상황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수반돼야 한다.

따라서 디자인을 제조업의 핵심가치로 인식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하나의 사회적 자본으로 간주하는 기업 인식이 새삼 요구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2007-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