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회장님, 사우디에 난방기 팔다
냉난방기 '템피아' 왕화식 회장
사우디와 연 3000만달러 수출계약
에어콘서 나오는 열 모아 밤에 난방
"밤 되면 싸늘한 그곳 기후에 딱"
김승범기자
sbkim@chosun.com
입력 : 2005.07.31 18:15 46' / 수정 : 2005.08.01 04:42 43'
열사(熱砂)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난방기를 팔아 큰 돈을 벌어들인 아이디어 비즈니스 맨이 있다.
냉난방기 제조회사 ‘템피아’의 왕화식(王化植·44) 회장이 그 주인공. 그는 에어컨과 난방기를 겸용하는 냉난방기를 개발, 사우디의 유통업체와 연간 300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 낮에는 덥지만 밤이 되면 싸늘해지는 사우디 기후에는 템피아 제품이 제격이다.
왕 회장이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1992년 7월의 한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당시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맞았다. 순간 ‘이 뜨거운 바람을 실내로 되돌려 보내면 난방이 되겠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경희대 법대를 졸업하고 조그만 건설회사를 경영한 경험밖에 없던 그로서는 일대 모험을 결심한다. 처음에는 서점에서 열역학 책을 읽으며 독학을 했고 때로 엔지니어와 머리를 맞대면서 제품을 만들었다.
그는 15억원을 들여 고생한 끝에 2000년 냉난방기 개발에 성공했다.
템피아가 개발한 냉난방기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에어컨은 액체가 기체로 바뀔때 주위의 열을 빼앗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냉매가 기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실내를 시원하게 하는 것. 기체로 변한 냉매는 다시 액체로 변해 순환된다. 기체가 다시 액체로 바뀔 때에는 열을 방출한다. 에어컨의 실외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것은 이 원리때문이다.
템피아의 냉난방기는 에어컨의 원리를 거꾸로 적용했다. 실외기에서 냉매를 순환시키면서 바깥으로는 차가운 바람을 내보내고 실내로 뜨거운 바람을 들여보내는 것이다.
템피아의 냉난방기는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굴지의 유통회사와 3000만 달러 규모의 냉난방기 판매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