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의 목요칼럼>
상기하자 6.25
안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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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에게 있어 6월은 남다른 달이다. 6.25 전쟁이 있는 6월은 특히 순국선열의 호국정신을 기리면서 국가 안보의 귀중함을 되돌아 보게 되는 현충일이 있는 매우 뜻깊은 달이다.
1956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현충일이 올해로 52회를 맞이했다. 다행히 이름이 확인되고 시신이라도 찾은 유족의 경우 나름대로 애도를 표시할 수 있겠지만 기록도 없고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족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 마저 든다.
일본 식민지 통치하에서 안락한 삶을 버리고 황량한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산화한 분들, 교복차림으로 군번도 없이 변변한 훈련도 받아보지 못한 채 전선에 투입되어 유골도 찾을 수 없이 스러져간 코흘리개 학도병들.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지나가는데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유해가 어림잡아 13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우리의 자유와 국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에서 파병된 젊은이 가운데 전사하거나 부상한 14만명의 고귀한 생명들도 있다.
그런 희생자들이 조금씩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분단국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휴전국이며 안보를 국시로 하는 우리가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사실을 애써 잊고 있다.
더구나 90년대 신(新) 정권이 들어서고 교과서 마저 평화통일 교육이 강조되면서 6.25에 대한 진실이 왜곡되는 등 6.25 전쟁과 관련된 단원이 사라지고 공산군의 침략에 의해 산하(山河)가 피바다가 된 6.25 전쟁의 참혹상을 소개하는 내용도 삭제됐다.
오히려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내용을 게재하면서 막연히 통일만 강조하면서 안보적 위기를 몰고 오는 사태까지 직면했지만 국민 대다수가 태평스런 모습이다.
그래도 오래 전에는 독립투사들이 일본군과 싸우는 영화도 있었고, 또 6.25 전쟁과 관련한 반공영화도 상영되어 자연스럽게 반공교육이 되면서 안보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흥행 때문인지 그런 영화를 찍는 영화사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이념대립이 아니더라도 외국의 경우 현충일이 되면 현충탑 앞에서 기념식을 거행하는데 정부 고위인사, 참전용사와 가족, 남녀노소를 망라한 수많은 시민이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치른다.
기념식이 끝난 후 빛바랜 옛 군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노병들이 거리를 행진하면 도로위에 있는 시민들이 찬사와 환호를 보내며 최대의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TV에선 하루종일 기념행사가 중계되고 특집방송이 방영되면서 처참한 전쟁 상황 등을 일깨워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르다. 몇분짜리 아침 행사 뉴스가 끝이다. 공인의 입장에서 찾는 사람도 별로 없다. 누구 덕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편하게 사는지를 모른다. 아니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 같다.
방송매체도 마찬가지다. 6.10 민주항쟁과 관련해서는 연일 방송하고 특집까지 마련하면서도 정작 한반도의 안보위기와 관련한 현충일이나 6.25 전쟁의 참혹상에 대해서는 ‘나는 몰라’다.
6.10 민주항쟁의 주역이 된 ‘고(故) 이한열의 죽음’을 낮추려는 게 아니라 6.25의 비중도 그 못지 않게 크다는 말이다. 국가가 있어야 열사도 있는 것이고 기억되어져 추모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고인의 추모식에는 그렇게 많은 정당인, 정치인들이 참여해 애도를 표시하면서도 현충일날 국립묘지에는 발길을 끊는지 솔직히 그 음흉하고 계산적인 속마음이 무엇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일부 망령된 자들이 햇볕정책이니 뭐니 하면서 6.25 전쟁의 참혹상과 북한의 만행을 희석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대로 끌려가고 있다. 햇빛이 모든 생물을 살리기도 하지만 사막에서의 햇빛은 죽음일 뿐이다. 망령된 자들의 망상이 두렵기만 하다.
그런 친북세력에 빠져 아직도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국민들의 자세가 아쉬울 정도다. 어찌 어찌 하다보니 우리는 반세기 넘게 평화를 누리며 살고 있다. 이제 배가 부르고 먹고 살만하니까 6.25는 물론 국가보훈을 기념하는 날인 현충일을 단지 쉬고 노는 날로 여기는 풍조가 생겼다.
북한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시뻘건 혀를 내두르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는 우리의 동족, 형제라며 퍼주기만 일삼는다.
필자가 이처럼, 공동체 의식이나 애국심,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편협한 민족의식이나 인종주의가 아니다. 다만 안타깝고 분한 것은 개개인의 구성원이 소속 공동체에 정체성을 갖지 못한다면 그 공동체는 역사에서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이다.
오죽 편협적인 교육이 되었으면 초등학생들의 상당수가 6.25 전쟁을 일본이 한국을 침공한 것으로 알거나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혼동을 하게 하고 90%가 6.25 전쟁이 무엇인지 몰랐을까. 대학생들의 수준도 초등학생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현충일이 제정된 의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안타깝게도 별로 없다.
그래서 이번 학기말 시험에 6.25와 관련한 주관식 문제를 3개나 출제했지만 예상대로 햇볓 정책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북한에 대해 아주 호의적이며 감상적이다. 큰일이 아닐수 없다. 따라서 학교교육도 문제지만 북한 핵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북한측이 핵 선군주의를 내세운 위기의 상황에서 남.북한간의 군사적 불균형이 수반하는 안보위기에 적절히 대처하는 지도자의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인 것만은 분명할 것 같다.
잘못된 지도자와 그의 추종자들의 끈질긴 적화통일 전략으로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층이 자칫 감상주의에 빠져 북한을 동경하는 우(愚)를 범하게 해서는 안된다. 북에 저(低)자세 보이는 통일부장관의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 그런 돈 있으면 현재 고엽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월남 참전용사들에게나 써라.
아직도 우리 가슴에 그 아픔이 가시지 않은 6.25가 며칠 후면 온다. 아무래도 6.25 알리기 대국민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