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규-골든로즈호, 公海에서 침몰했다


동문기고 김찬규-골든로즈호, 公海에서 침몰했다

작성일 2007-06-20

<기고> 골든로즈호, 公海에서 침몰했다

- 김찬규 (박사과정 22회) /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
 
5월12일 중국 선박 ‘진성(金盛)호’와 충돌, 침몰한 ‘골든로즈호’의 침몰 지점이 중국 영해(領海)인지 공해(公海)인지를 두고 지금 한국·중국 두 나라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 인지 직후 우리 해경이 행한 공동수색 제의에 대해 중국 측은 사고 해역이 자국 영해이며 구조 활동이 이미 개시됐다면서 계속 거부 입장을 취해 오다가 사흘 뒤인 15일에야 겨우 이에 동의했다.

지금 사고 해역에는 우리 해경 경비구난함 1500t급 ‘제민7호’와 3000t급 ‘태평양5호’가 활동하고 있다. 태평양5호는 헬리콥터를 탑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수색활동 동참이 거부됐다가 뒤에 그것을 싣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용됐다. 이같은 전후 사실은 골든로즈호의 침몰지점이 중국 영해임을 전제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선박 충돌 사건을 둘러싼 지금까지의 사태 진전은 침몰 지점이 중국 영해임을 인정한 것이 된다.

이는 서해의 해양경계 획정, 자원개발, 선박 왕래 등 앞으로 있을 한·중 관계에 막중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우선 구조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긴급상황에서 어찌할 수 없는 조치들이었다고는 하지만, 기필코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골든로즈호의 침몰 지점은 과연 중국의 영해인가? 아니다. 그곳은 중국의 영해가 아니라 공해다.

유엔 해양법협약상 영해 폭은 12해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안국이 결정토록 돼 있는데(제3조) 중국은 1958년 9월4일의 영해선언 이래 줄곧 12해리 영해를 주장해 왔으며, 1992년 2월25일 제정된 ‘영해 및 접속수역에 관한 법’에도 그렇게 규정돼 있다(제3조). 골든로즈호의 침몰 지점은 12해리 밖이기에 그곳은 중국의 영해가 아니고 공해다.

침몰 지점은 랴오둥(遼東)반도의 다롄(大連)에서 38해리, 이 반도의 바다 쪽에 있는 섬 ‘옌다오’에서는 34.5해리 되는 곳이다. 영국 해도상에 랴오둥반도에서 서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바다 가운데 ‘유얀(Yuyan)’이란 표시가 있다. 이름 끝에 ‘다오(島)’란 말이 없는 것을 보면 그것은 섬이 아닌 암초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것도 침몰 지점과의 거리가 약 20.5해리여서 이것을 기점(基點)으로 한다고 해도 침몰 지점은 중국 영해 밖에 있는 것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상 연안국은 영해 기선에서 24해리를 초과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영해 외측에 접속수역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제33조). 이것은 연안국의 영토 또는 영해 내에서의 통관·재정·출입국관리 또는 위생에 관한 법령 위반을 방지·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인정된 제도다. 그런데 중국은 1992년의 법에서 접속수역을 설치하고 설치 목적에 위 네 가지 외에 ‘안전’이란 항목을 첨가하고 있다(제13조). 이것을 근거로 중국은 헬리콥터를 탑재한 한국 경비구원함의 자국 접속수역 진입을 거부할 수 있는가? 없다. 접속수역의 설치 목적에 ‘안전’을 첨가한 것은 협약 위반이며 국내법을 국제법 위반의 구실로 원용할 수 없다는 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50년대 초 보하이(渤海)만 외측에 군사경계수역이라는 광대한 수역을 설정해 놓고 외국 선박에 대해 스스로의 위험부담 아래에서만 그곳에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골든로즈호의 침몰 지점이 바로 이 군사경계수역 안에 있는데, 중국은 이것을 근거로 헬리콥터 탑재 한국 경비구난함의 당해 수역 진입을 거부할 수 있는가? 이것도 안될 말이다. 왜냐하면 1955년의 중·일 민간어업협정, 1985년의 이 개정 협정에 좌표로 표시됐던 이 수역은 1997년 11월11일의 중·일 어업협정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200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