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장준복-노출패션과 냉증
[Well-Living] 노출패션과 냉증
- 장준복 (한의85/ 38회, 경희의료원 부인과 교수)-
노출의 계절이 왔다.
여성들은 미니스커트나 민소매 티가 아니더라도 상의 길이와 청바지 밑위가 짧아져 등이나 배꼽이 드러나는 것이 평범한 차림이 되어 버렸다.
여름철 여성의 노출 패션은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지 몰라도 당사자인 여성에게는 냉증을 비롯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이 많고 근육량이 적어 남성보다 몸이 차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근육량이 많아야 인체 대사가 활발해져 체온이 높아진다.
자율신경계는 기온이 상승하면 인체 피부의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활발하게 하여 체내 열을 밖으로 발산하게 된다. 반대로 기온이 하강하면 혈관을 긴장시켜 혈액순환을 억제하므로 열 공급이 부족해져 피부 온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자율신경계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자율신경 실조증이 생기면 냉증이 야기된다.
여성은 임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랫배가 따뜻해야 하므로 복부 체온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손과 발에 체온을 보낼 여유분이 적어 손발이 차다
몸을 충분히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힘이 부족한 여성은 월경통이 심하고 월경주기에 이상이 오기 쉬워 심하게는 불임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아랫배가 차가워지고 대하가 많이 늘어나는 것도 냉증의 한 종류이다.
하복부가 냉해지면 방광이 자극을 받아 소변 횟수가 많아지고 오래 지속되면 방광염이나 요도염에 걸리기 쉽다.
장 연동운동에 장애가 생겨 변비, 설사가 오거나 소화 장애나 식욕부진에 걸릴 수 있다. 출산 후 전신 근육, 관절 계통 회복이 완전하지 못해 손발 또는 전신이 저리거나 추위를 쉽게 느끼는 산후풍 증상도 냉증의 한 원인이 된다.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진'도 건강 측면에서 보았을 때 좋지 않다. 스키니진은 복부나 골반을 지나치게 압박해 하체에 부종을 일으키기 쉽다. 심할 경우 다리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다리 정맥의 압력이 올라가고 이를 견디지 못한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친 영양 섭취 제한이나 무리한 운동은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월경 이상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평소 꾸준한 몸매 관리없이 요즘과 같이 여름을 앞둔 시점에서 주위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
땀을 흘리거나 젖은 상태에서 찬 공기에 노출되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여름은 더운 계절이지만 여기저기에서 찬 에어컨 바람이 몰아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1년 중, 땀 흘린 후 찬 바람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큰 때이다. 유행을 안 따를 수는 없지만 본인 건강 상태를 한 번쯤 돌아보고 조심할 필요는 있다.
[매일경제 200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