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찬규-동중국해 자원개발을 위한 해법
[시론] 동중국해 자원개발을 위한 해법
-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 얼마 전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토 다툼을 해오던 중·일 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을 공동개발키로 했다는 것이다. 동중국해는 중국·일본·대만 3개국 간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페르시아 만에 버금가는 해저 광물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보고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제7광구가 뻗쳐 있어 우리로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해역이다.
이 해역에선 양국 간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외에 대륙붕 경계획정과 가스전 개발 문제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곳의 해저지형은 중국 대륙에서 태평양쪽으로 연장되는 대륙붕이 류큐열도 직전에서 깊이 2000m급 오키나와해구에 의해 단절됐다가 다시 솟아올라 류큐열도를 조성하고, 그것을 넘어 태평 양쪽으로 이어진 후 얼마 가지 않아 깊이 6000m급 류큐해구에 의해 또다시 단절되고 있다. 이 같은 해저지형을 근거로 중국이 오키나와해구까지를 자국 대륙붕으로 주장한 데 대해 일본은 중국 대륙과 류큐열도 사이의 중간선을 양국의 대륙붕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맞섰다.
중국 주장은 1969년 북해 대륙붕사건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이 판결에서 재판소가 대륙붕을 ‘연안국 육지 영역의 자연적 연장’으로 규정하고 당사국 육지의 자연적 연장을 남김없이 찾아 주는 게 경계획정의 분령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동중국해에서의 대륙붕이 오키나와해구에서 끝난다면서 그곳까지를 자국 대륙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1982년 채택된 유엔 해양법협약에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중·일 모두가 당사국인 이 협약에서는 영해측정 기선에서 200해리까지는 해저지형에 관계없이 무조건 연안국의 대륙붕으로 인정하고(제76조1), 두 나라 대륙붕이 겹치는 곳에서는 ‘형평한 해결을 위해 국제법에 의거한 합의’에 의해 경계획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제83조1).
동중국해에서의 양국 갈등의 또 하나의 측면인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분쟁은 일본이 설정해 놓은 중간선의 중국쪽 지근거리에서 중국이 가스전을 개발해 천연가스를 채취한 데서 일어난 것이다. 해저 유전 또는 가스전은 흔히 해양 경계선에 걸쳐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해양 경계선의 이쪽에 파이프를 설치해 자원을 채취하게 되면 경계선 저쪽에 있는 것까지 빨려 오기 마련이다. 전기 북해 대륙붕사건에 대한 판결에서는 이것을 ‘광상(鑛床)의 일체성’이라 하면서 광상의 일체성이 있는 경우에는 공동개발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번 중·일의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조치는 경계획정 문제를 접어둔 채 개발부터 하겠다는 두 나라 뜻이 모아진 데서 나온 결과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유가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자세로 여겨진다.
동중국해에 대한 우리나라의 이해관계는 어떠한가. 중국이 주장하는 해양 경계선은 우리의 제7광구를 크게 침식하고 있고, 일본이 주장하는 중간선은 제7광구와 60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해양 경계선을 둘러싼 분쟁이 있고 일본과는 광상의 일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 문제에 대처하려는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정부는 자원·에너지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볼리비아·카메룬·콩고·트리니다드토바고·키르기스탄에 대사관을 신설하고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에 총영사관을 개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의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자원을 찾아 확충하려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동중국해의 해양 경계 획정 같은 난제는 차지하더라도 관계국들과 자원 공동개발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본다.
< 세계일보 2008-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