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귀환불능의 인생


동문기고 목요칼럼-귀환불능의 인생

작성일 2008-01-10
안호원 news@pharmstoday.com 

이제 2008년 무자년 새 해가 밝아 왔다. 이맘때만 되면 누구나 새해의 희망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런 희망의 꿈을 꾸는 마음은 마냥 벅차기만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꿈을 꾼다고 해서 가만있어도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건 우리의 마음 밭에 뿌려지는 한 알의 씨앗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시간을 하루, 한 달, 사계절, 1년 365일로 나눠 살아가도록 한 것은 우리 자신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자기반성을 통해 각오를 새롭게 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작은 복은 자신에게 달렸고 큰 복은 하늘에 달려있다” 고 하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나 운수 대통은 주어지는데 그 복이 그대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노력한 만큼 주어진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 한 후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연료 때문에 출발지로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지나치게 된다. 이것을 흔히 ‘귀환 불능 지점’이라고 말한다. 우리 인생이라는 등정(登頂)에서도 그 같은 지점에서 항로를 따라 운행되는 비행기와도 같다.

인생의 시계추는 한 바퀴 돌아가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시계 바늘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스쳐가는 단 한번의 순간이다.

이제 한 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꿈을 꾸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우선 지난날들에 대해 겸손한 자기반성부터 먼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는 자기반성의 힘은 사색이 아니라 실천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강조하는 것은 겉옷 속에 감춰진 초라한 자신의 몰골을 보는 진정한 자기반성을 말하는 것이다. 아울러 진정으로 겸허한 자기반성은 자기 성찰을 넘어 열정의 회복과 함께 거룩한 미래의 꿈으로 이어져 그 꿈을 실현시킬 수가 있다.

우리가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자기가 지닌 존재의 빛깔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비록 우리 삶이 고달프더라도 가을 들국화 같은 청초한 존재의 향기를 간직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당장의 이익과 유물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존재가치보다는 소유에 온 생명을 던지고 있는 참혹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물량적인 소유욕(所有慾) 때문에 사랑과 바르고 향기 나는 삶의 문제는 마음에도 없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양심을 버려도 좋고 신뢰를 잃어도 상관없다 부정한 방법이라도 오직 소유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요즘 세태다. 어느덧 존재의 향기, 인간의 품성 따위는 뒷전으로 밀린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귀환불능의 인생이다. 리허설 없이 무대에 서서 오직 단 한번뿐인 배역을 맡아 공연을 하는 삶을 살며 우주를 떠나가는 인생이다.

그래서 혹자는 인간의 삶은 ‘나’(自我) 라는 존재를 성숙하게 만드는 수련기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수련기간을 통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밝고 아름답게 드러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게 된다.

세상을 원망하고 환경을 탓하며 삶의 의욕까지 상실해 버린 채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고 가치 있는가를 모르고 자신의 고유색깔 없이 엑스트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주연’ 이라는 존재가치를 알고 성숙한 자기 모습을 드러낼 때 인간의 향기로운 향기가 온 세상에 퍼져 나갈 수가 있다.

‘나’로 인한 새로운 모습이 바로 비춰질 때 그곳엔 희망이 있고 삶에 가치를 찾는 지혜와 사랑이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희망은 미래를 맞이하는 능력이다. 이는 오늘을 넘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응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닌 신앙이야말로 하나님과의 약속에 바탕을 두었기에 희망이란 에너지로 가득하다.

존 버니언이 “믿음이 건강할 때는 희망도 결코 병들지 않는다”고 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의 믿음이 건강하지 않고 진솔한 사랑마저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새 날이 밝아 와도 이 사회가 여전히 메마른 것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주위를 보면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가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이나 행동이 부정적이다. “재수가 없다, 큰일났다, 밥맛이다, 걱정이다, 죽을 지경이다, ~ 탓이다.” 라는 말은 오는 복까지 달아나게 하는 말이다.

노력을 하지도 않으면서 행운을 기다리는 것은 잘못이다. 흔히 “여자들은 남자에게 줄 것이 없을 때 떠나고 남자들은 여자에게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을 때 떠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과연 진정한 사랑의 관계에서도 그럴까? 아닐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을 진하게 느낄 때가 언제일까. 무엇인가를 줄 때가 아니란다. 좋은 것 맛있는 것 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줄 수 없을 때, 그래서 안타까워 할 때 가장 진한 사랑을 느낀다고 한다. 자녀 또한 마찬가지다. 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주지 못하는 마음이 되어야 진한 사랑이 싹 트는 것이란다.

사랑은 많은 것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가슴만 있으면 된다. 줄 수 없는 안타까워 하는 마음만 갖고 있으면 된다. 사랑만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케 한다. 사랑만이 믿음을 갖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조건 없는 사랑만 있으면 가진 것 아무것 없어도 행복하고 복된 삶의 꿈을 꿀 수가 있고 실현시킬 수가 있다. 진정한 삶은 구름처럼, 강물처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무형의 시간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후회 없이 보내는 것이다.

이제 새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면서 희망의 꿈을 꾸기에 앞서 지난날 귀환불능에 삶을 되돌아보며 자기 성찰을 위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져 보는 우리가 되어보자. 그런 시간을 통해 올 한해를 좀 더 밝고 맑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우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