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조현용-국민과 고통 함께 나누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기고]국민과 고통 함께 나누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 조현용 (대학원 박사과정) / 경희대 한국어교육 교수 -
대통령을 하고 싶은 사람이 늘고 있다. 대통령을 하고 싶은 사람이 늘면서 뉴스거리도 많아졌다. 외국 특파원들은 한국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의 생활이 편해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예측 못한 사건들로 기사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 문제도 그렇고, 정치 문제도 그렇고 쉽게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은 맞는 것 같다.
옛날 부여에서는 가뭄이나 장마가 계속되어 곡식이 여물지 않으면 왕을 바꾸거나 죽였다고 한다. 가뭄 등의 천재지변이 계속되면 왕을 죽이는 일은 여러 나라에서 있었던 듯하다. 정치를 잘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늘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왕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깊었던 것이다. 천재지변으로 왕을 죽인다는 것이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지만, 백성이 불행해지는 것은 나라의 지도자 책임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볼 때마다 대통령이 되기를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세종대왕은 백성 중에서 아들이 어미를 죽인 사건을 접하고 크게 충격을 받아 삼강행실도를 만들었다. 요즘에는 시대 탓으로 돌리기에도 수많은 엽기적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이 시대의 대통령은 충격받을 일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야 하는 책도 많은 자리이다.
대통령은 크게 거느리는 자가 아니라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따라서 거느리는 ‘대통령(大統領)’이 아니라 가장 아파하는 ‘대통령(大痛領)’이어야 하는 것이다. 삼국유사를 보면 이사금이라는 왕의 명칭에 대한 유래가 나온다. 아마 국사나 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사금이 잇금, 즉 이빨과 관계가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잇금이 중요했는지 그 사건의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신라의 노례왕이 왕위에 오를 때 자신보다 탈해가 더 훌륭하다 생각하여 왕위를 양보하려고 한다. 이때 탈해가 노례왕이 돼야 한다고 하면서 정 그렇다면 떡을 물어 이빨이 큰 사람이 왕이 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래서 떡을 물게 되고 이빨의 수가 많았던 노례가 왕이 되는 것이다. 노례왕 이후에는 다시 탈해가 왕이 된다. 역사 속의 이야기이므로 해석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왕이 될 때도 혹여 자신보다 훌륭한 이가 있는지 살폈다는 것은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사람마다 대권에 도전한다고 하는데 그래서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은 대권(大權)이 아니다. 큰 권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권력을 노려서는 안 된다. 모두를 섬기고 힘들지만 봉사를 해야 하는 자리이다. 제발 대통령에 나오는 이들은 대권에는 도전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 누구를 거느리고 누구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날 도운 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무리하게 다른 이를 흠집 내고 내가 올라서려 하는가. 왜 다른 이는 다 안 되고 나만 적임자인가. 나는 많이 아파하는 사람인가. 정말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인가?
[[세계일보 200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