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강효백-성범죄 벌금 올려야
[기고]성범죄 벌금 올려야
- 강효백 /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 -
물가는 폭등하고 성범죄는 급증하는데 전자팔찌라도 채워 놓았는지 세월이 흘러도 꿈쩍도 안하는 게 있다. 각종 성범죄 처벌법상의 벌금 액수가 그것이다. 그중 세 개만 골라 예로 들어보자.
첫째, 1994년에 제정된 성폭행특별법 제13조(공중밀집장소에서의 성추행)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기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년간의 자유박탈’과 ‘300만원의 재산손실’을 각각 양팔저울에 올려놓고 선택적으로 부과하도록 한 입법취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편으로 한 학기 대학등록금보다 싼 벌금만 물면 얼마든지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이 법조문이 널리 알려질까 두렵기조차 하다.
둘째, 1995년에 개정 실시 중인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죄)에 의하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성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죄질이 추악한 강제추행범에게 강남지역 아파트 한 평 값만도 못한 액수의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또 무엇인지, 태산처럼 무거운 죄를 저지른 강제추행범에게 깃털처럼 가벼운 벌금이 얼마큼의 위협과 고통을 가할 수 있으며 범죄에 대한 규범적 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겠는가.
셋째, 2004년 9월 제정된 성매매특별법, 즉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이르면 숨이 턱 막힌다. 성 매수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과료는 2000원 이상에서 5만원 미만의 벌금을 의미한다. 성매수자에게 생맥주 한 잔 값만큼의 금액만 물면 그저 그만일 수도 있도록 해놓고서는 성매매를 뿌리뽑을 특별법을 제정했다고 그토록 호들갑을 떨었는지….
인권침해요소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증하는 성범죄를 막기 위하여 전자팔찌법안까지 통과시킨 마당에 이처럼 비현실적인 벌금 액수를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다. 성범죄자는 일반인에 비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데 대한 공포감이 덜한 반면 재산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감은 더하다는 게 범죄심리학계의 분석이다.
자신이 범한 죄를 속죄하는 ‘속죄금’의 성격이 강한 형벌인 벌금형은 징역형이나 전자팔찌를 채우는 처벌보다도 더욱 강한 범죄예방 효과와 충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범죄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행방법이 간단하며 납부금액이 국고에 귀속되는 등 장점이 많다.
따라서 나는 성범죄의 예방력을 강화하고 법 경시 풍조를 차단하기 위하여 벌금 액수를 화폐가치의 변동에 적합한 액수로 대폭 인상할 것을 제안한다. 빈부에 따른 부담의 형평성 문제는 성범죄자와 성범죄자 가족의 경제력에 비례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등 탄력적으로 벌금형을 운용하도록 제도화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성범죄에 대해 벌금형을 징역형과 선택적으로 부과하는 현행 형벌조항을 개정하여 징역형과 병과하여 부과하도록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경향신문 200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