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우주 손님’ 홈즈 혜성의 폭발 쇼
[과학칼럼]‘우주 손님’ 홈즈 혜성의 폭발 쇼
- 김상준/ 경희대 교수·우주과학 -
지난 10월30일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에서 진호 연구원이 1.8m 망원경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홈즈 혜성의 모습.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약 한달 전쯤 북극성 근처에 갑자기 새로운 별이 생겨났다. 북극성은 약 2등급 밝기인데 이 새로운 별은 북극성만큼 밝았다.
언론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홈즈라는 이름을 가진 이 혜성은 보이지 않던 아주 희미한 혜성이었는데 갑자기 밝아졌다는 것이었다. 요즘 도시의 밤하늘에서는 옛날 흔히 보던 북극성과 그 주위를 도는 북두칠성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과 같이 밤하늘에서도 잘 살펴보면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보인다. 따라서 혜성 홈즈는 서울에서도 보였다는 이야기다. 폭발 후 한 달이 지난 요즘 이 혜성은 눈으로 보기 힘들게 어두워지고 있다.
이 혜성은 원래 태양 주위를 약 7년에 한 번씩 도는 주기 혜성이다. 주기 혜성으로 유명한 혜성은 일반인들도 기억하는, 1986년에 왔던 핼리 혜성을 들 수가 있다. 이 혜성은 천문학자 핼리가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이 1758~1759 년에도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정확히 예언하여 유명해졌다.
핼리 혜성은 약 76년 주기로 1835년과 1910년에도 핼리의 예언대로 다시 나타났다. 특히 1910년에는 지구에 근접한 핼리 혜성의 꼬리가 하늘의 3분의 1을 덮고, 실제로 핼리 혜성의 꼬리를 지구가 지나가게 되었다.
혜성에서 나온 유독가스가 지구에 유입될 수도 있어 지구 생명체들이 멸망할 수도 있다고 여러 신문에서 보도하여 온 세계가 공포에 떨었으나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하였다. 혜성 홈즈도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의 안전에는 아무 이상 없다.
-태양보다커지고100만배밝아져-
폭발 전 혜성 홈즈는 맨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었고 구경 1m 이상의 대형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었던 아주 희미한 혜성이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폭발을 하여 그 밝기가 100만배나 증가하였다. 이 혜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궤도로 도는데 태양에 근접하였다가 지구와 태양으로부터 멀어져 가던 중에 폭발을 한 것이다. 혜성 중에는 간혹 태양에 근접하였다가 멀어져 갈 때 여러 개로 부서지는 혜성이 천문학자들에게 발견되곤 한다.
그러나 그 밝기가 100만배나 증가한 경우는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다. 아마도 이 혜성 내부에는 휘발성이 강한 가스들이 얼어 있다가 태양에 가까이 지나는 동안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 일부 기체화 되고,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여 폭발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기록에 의하면 이 혜성의 폭발은 처음이 아니고 1892년에도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홈즈가 이 혜성의 폭발을 관측하여 이 혜성의 존재가 발견되었다. 이 혜성의 폭발 전 크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기껏해야 수㎞ 정도였을 것이다. 지금 이 혜성에서 나온 분출물들은 혜성으로부터 70만㎞ 이상 퍼져있어 지금 혜성 크기는 태양 크기보다도 커져 있다.
혜성은 흔히 머리와 머리에서 나온 분출물로 형성된 긴 꼬리로 나뉘어 있는데, 이 혜성은 폭발한 지 얼마 되지 않으므로 긴 꼬리모양은 보이지 않고 망원경으로 보면 솜사탕처럼 퍼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크리스마스엔 하늘을 보라-
요즘 도시에서는 별을 보기 힘들다. 대기 오염과 도시의 밝은 불빛 때문에 별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달 전 도시의 불빛을 뚫고 빛나는 홈즈 혜성을 보면서 문득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한 ‘베들레헴의 별’도 이렇게 밝게 빛나지 않았나 상상해 보았다. 홈즈 혜성은 천문학자들의 예측에 의하면 앞으로 몇 달간은 계속 분출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비록 빛이 어두워지고 있지만 쌍안경 정도로 잘 보이는 이 혜성을 크리스마스 날 서울의 북쪽 하늘에서뿐만 아니라 산간벽지에서도 온 지구촌 사람들과 함께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경향신문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