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펀드시장의 허와 실


동문기고 권영준-펀드시장의 허와 실

작성일 2007-11-26

[시론] 펀드시장의 허와 실

- 권영준 / 국제․ 경영대학 교수-
 
5년 전만 해도 '무주식이 상팔자'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지배했던 주식시장이 요즘은 상전벽해와 같다. 외환위기는 우리경제에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준 양극화의 주범이지만, 주식시장 면에서는 고질적 만성병을 퍼뜨리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게 한 직격탄이었다.
● 관치적 감독 구습 탈피를

기업들의 부실을 털면서 재무제표가 전보다 깨끗하게 된 것은 물론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이 가치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고, 기관투자자들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지면서 펀드시장이 활성화되어 해외 투자전문 인재들이 영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게 되었다.

동시에 소액다수의 꾸준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적립식펀드가 출시되었다. 적립식펀드는 '종목선정과 시간선택'이라는 두 마리의 위험한 토끼를 제어하는 투자상품이다.

적립식펀드도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기업수익이 증대되고 펀드매니저들의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전제 하에서는 월급쟁이들의 노후대책에 이만한 대안이 없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시장은 지수 1,000포인트 시대를 넘어 2,000포인트 시대를 넘나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식형펀드가 잔액기준으로 작년 말 46조원에 비해 벌써 두 배가 넘는 100조원이 넘는 펀드자금이 한 몫을 했음은 분명하다.

관치적 감독 구습 탈피를 전문가들은 우리시장이 실물경제 체력에 걸맞은 지수상승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국내총생산 대비 금융자산의 비중이 20% 정도로 선진국의 50~60%에 비해 아직도 매우 낮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풍부한 유동성 및 40~50대 인구비율의 지속적 증가, 개방경제의 정착으로 인한 자본이동성의 완전보장, 금융전문인력들의 지속적 유입 등이 이유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우려가 해소되어야 한다.

첫째 감독당국의 감독기술과 감독의식의 선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감독당국과 미래에셋과의 관계를 보면 아직도 관치적 감독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초단기에 4조원이 넘게 팔린 인사이트 펀드로 인해 쏠림현상과 속도에 대한 감독당국의 우려가 이해되지만, 우리은행의 차명계좌와 관련한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감독당국이 특정펀드에 대해서는 '돈이 많이 몰렸다는 이유와 괘씸죄로 인해 조사한다'는 구설의 대상이 되어서야 말이 되는가.

● 시장규율 대폭 높여야

이는 미운 털 박힌 회사에게 가해지는 세무조사와 다를 바 없는 후진적 감독이다. 시장규율 대폭 높여야 둘째 외환위기 이후에도 자율적이고 독자적 경영능력의 금융기업으로 거듭나지 못한 우리 금융회사들은 일렬종대식 '나도'경영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코스닥 벤처버블, 카드대란, 부동산 주택담보대출, 무작위 중소기업대출 등의 쏠림현상을 보면 무능하고 소신 없는 경영자들과 문화가 잔존하고 있어 금융시스템위기를 증폭시킬 우려가 높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금융시장에도 존재하는 담합문제 척결을 위해 금융감독당국과 공정경쟁당국 사이에 해묵은 금융시장 경쟁정책 감독의 관할권문제를 속히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시장진입을 막고 있는 인허가 제도에 대한 시장친화적 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상시감독을 통해 불법탈법적 영업을 자행하는 금융회사는 퇴출을 포함한 중징계를 통해 시장규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

금융시장의 완전개방시대를 앞두고 감독당국과 금융회사가 투자자나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과 책임이 무엇인지에 관한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일보 200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