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이-정당경선, 법으로 관리하자


동문기고 윤성이-정당경선, 법으로 관리하자

작성일 2007-11-26

[열린세상] 정당경선, 법으로 관리하자

- 윤성이 /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

프로야구에나 있는 ‘플레이오프’ 제도가 이제는 대선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와 관례처럼 되었다. 각 정당들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은 지도 한참이 되었건만 12월19일 선거의 최종 명단에 들어갈 이름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당대당 통합과 후보단일화 작업을 이제 막 시작하였다. 양당의 후보단일화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음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그리고 좀더 성공적이라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까지 포함하는 또 다른 최종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범여권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라면 예비경선, 경선, 준 플레이오프, 그리고 플레이오프라는 네 단계를 치른 후에야 비로소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셈이다.

한나라당도 이회창 후보의 돌발 출마로 인해 보수 진영의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만 대선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몇달 동안 온갖 추태를 다 보이고 국민의 진을 빼 놓으면서 치른 정당경선이 고작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예선리그에 불과한 것이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후보단일화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국민의 열망이었던 적도 있었다.1980년 봄과 1987년 대선에서 온 국민은 김영삼과 김대중 양자간의 단일화를 간절히 소망하였다. 그러나 양김의 권력욕은 끝내 민주세력의 희망을 저버렸다.

한편 1997년 대선에서의 DJP 연합,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양 진영의 플레이오프는 국민이 바라는 바도 아닐뿐더러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진보이념의 김대중과 원조보수 김종필의 연대, 그리고 서민후보인 노무현과 대한민국 대표재벌 정몽준의 만남에서 원칙과 명분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의 연대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던 것도 본질적으로 잘못된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당대당 통합도 원칙과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4년 전 민주당을 뛰쳐나오면서 만든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 타파와 정당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구태정치세력과 결별한다고 선언하였다. 이제 ‘도로 민주당’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상황을 무슨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민주세력 대연합이든 반부패 연대든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진성보수를 외치면서 뜬금없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씨의 행보도 정당정치 질서를 파괴했다는 점에서 계란 세례를 받을 만하다. 만약 선거 막판 이명박 후보와 단일화하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출마의 진정성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은 정당정치의 질서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선거의 본질마저 훼손한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온통 후보단일화에 쏠리면서 선거의 중심에 있어야 할 정책과 공약에 대한 검증이 오간 데 없어졌다. 선수명단 결정에 모든 시간과 정력을 다 써버리고 나니 정작 정책대결의 본 게임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승자를 판가름해야 한다.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무질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현명한 판단과 올바른 처신은 더이상 기대할 바가 못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법과 제도로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는 방법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선방식과 시기를 결정한다. 독일도 공천에 관한 모든 절차를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도 정당 경선의 절차와 시기, 방식에 대해 상세히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법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어차피 국민의 세금으로 치르는 경선이니 만큼 법으로 관리하는 것도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서울신문 2007-11-19]]